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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이야기
게시물ID : bestofbest_179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오늘자
추천 : 329
조회수 : 21988회
댓글수 : 24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09/24 22:49: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4/09/24 14:45:31
나는 엄청 빨랐지
홀딱 벗고 신체검사 받고 나면 검사하는 여자가
궁디를 탁 치면서 갑종합격이라고 말한다고
그럼 나는 저 끝까지 달려갔어 엄청 빨랐지
신체검사는 여자가 해야 정상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여자가 해야 알 수 있는게 있단 말이지 남자가 하면 몰라

주먹밥 하나 뭉친걸 받아서 나중에 먹으려고 꺼내서
대검으로 내려치면 깽하고 주먹밥이 돌처럼 튀어나갔어
양말을 6개를 신고 야간 보초를 서고 오면
이 양말 6개가 다 얼어붙어서 신발이 빠지질 않았지

나는 엄청 빨랐지
깜깜한 밤에 북에서 내려오면 뭐가 보이나
어떻게 싸우냐면 서로 머리를 만져본다고
걔들은 머리가 짧았어
머리 만져봐서 까칠까칠하면 대검으로 찌르고
우리고 적이고 보이지 않아 머리 만져보고 죽이는거야
나는 엄청 빨랐지
14명 중에 나 혼자 살아남았으니까

집에 와서 군화 벗으려고 했더니
군화를 잘라내고 양말을 잘라내도
살이 붙어서 떨어지질 않았어
살째로 도려내고 나서야 군화를 벗을 수 있었지

나는 참 빨랐는데
이 나라는 참말로 느리네
이제서야 이 훈장 하나 주니까 말이지
멀쩡히 살아돌아오면 잘 싸운거 아니냐?
다치고 죽은 사람만 유공자고 잘 싸운 사람은 보상이 없었어
5년 동안 사람 죽이는 것만 하다 왔는데 보상이 50년도 더 걸리네

IMG_3065.JPG

할아버지께서 이제서야 훈장 받으셨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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