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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성인ADHD일까요?
게시물ID : gomin_179458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GFna
추천 : 3
조회수 : 832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22/04/12 15: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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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글이 다소 길어질 것 같아 미리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시간적 여유가 괜찮은 분만 읽어주셔도 됩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말괄량이, 왈가닥이라는 표현을 들으며 살았어요. 초등학교 통지서엔 항상 '주의산만하며'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고 들어갔고요.
엄마도 아빠도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이고 오빠도 비슷한데 반해 저만 성격이 왈가닥이라 우리 집안의 특이 체질이라는 취급을 받곤 했습니다.
어릴 적에는 그저 제가 활발한 성격일 뿐 딱히 특이점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성인인 지금은 사실 제가 ADHD가 아니었나 의심이 됩니다.
우선 제가 ADHD가 아닐까 의심하게 된 계기는, 문득 저를 떠올려보았을 때 평생을 인내, 집중을 못 하며 살아왔던 기억들이 스쳤기 때문이었습니다.
집중력이 남들보다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 오랫동안 한 가지에 집중을 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영화 한 편을 진득하게 보는 것에도 집중을 하기 힘들어서 요즘은 잘 보지 않고, 드라마나 예능 같은 흥미 자극 위주의 프로그램을 봐도 결국 딴짓이나 딴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데 머릿 속으론 다른 생각을 하고, 깨어있는 시간 내내 머릿 속이 온갖 생각으로 가득차 있어서 심지어 잠을 자야 할 때에도 잡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겨우 잠이 들고 난 이후에도 몇 시간 뒤 깨어나 또 잡생각으로 머릿 속을 채우느라 다시 잠자리에 들지 못합니다. 덕분에 꽤 오랜 시간 동안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어요.
글을 읽을 때에도 딴 생각을 하느라 한 번에 읽어내려가지를 못하고 다시 읽고 또 다시 읽고 하는 일도 흔합니다. 시험을 칠 때에는 모든 글에 줄을 쳐가며 읽었는데, 그렇게 펜 끝에 집중할 경우에는 빠르게 읽어내려갈 수 있어서 성적에는 문제가 없었지만요.
또 일을 계획적으로 하지를 못 하고, 충동적으로 하는 편입니다. 다소 완벽주의 성향인 편이라 평소엔 완벽히 해내지 못할 일이라고 판단되면 아예 손을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한 번 뭔가에 꽂히면 당장 그걸 해야만 속이 풀리는 바람에 정말 뜬금 없이 잘 시간에 정리정돈을 한다던가, 갑자기 다음주에 갈 여행 가방을 꾸린다던가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강박적인 성향도 있어서 특정한 무언가에 집착하기도 하고요.
시간 약속도 잘 지키지 못하고 지각하는 일이 많았고, 초중딩 때에는 과제나 수행평가도 제출하지 않거나 기한을 맞추지 않아 혼나고 맞는 경우도 많았어요. 서류 제출 기한을 까먹거나 수강신청일을 까먹거나 등록금 제출도 잊기도 하고...
소소하게 행동적인 면을 보더라도 손발을 가만히 두지를 못 해 항상 까딱까딱 만지작만지작, 정신 사나워요.
말이 엄청나게 많고 빠른 편이고, 걷는 것도 급하고 빠른 편입니다. 느리게 걷는 걸 견디지를 못해서 인파 사이를 쏙쏙 파고들어 빨리 지나가지 않으면 답답해서 죽을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나 제 주변인이 저를 ADHD로 의심하지 않았던(or 않는) 이유는 제가 학창시절 성적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지능지수 검사에서도 높은 수치가 나왔고요.
주의산만하고 집중력이 워낙 떨어지다보니 초중딩 때에는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잠만 자거나 딴짓만 하다보니 성적이 중상위 정도였는데,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수업시간에 조금씩 집중이 가능하게 되면서 상위권 성적을 놓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전교 10등 내에는 항상 위치했고, 전교 1등도 몇 번 할 정도였습니다.
인내, 노력 등의 행위와는 평생 동떨어져 살다보니, 평소에 수업시간에 듣는 내용 빼고는 평생 학원도 다니지 않았고 따로 공부한 적도 전혀 없었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관계로 시험 전날에 과목당 딱 두어시간 정도만 바짝 시험 공부한 게 전부였는데 항상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니 주변에서는 머리가 좋은 / 왜 성적이 잘 나오는지 이해가 안 되는 / 다소 유별나나 천재성이 있는 아이 정도로만 여겼지 ADHD와 같은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못한 것 같아요.

하지만 위에 나열한 뮨제들을 항상 겪어왔고, 성인이 되어 ADHD에 관한 다큐나 문서들을 접하다보니 그것이 제 성향과 비슷하다 느꼈고, 저는 지능으로 ADHD 성향을 커버하고 살아온 케이스로 생각했습니다.
살면서 이러한 성향에도 노하우가 쌓여 표면적으로는 보통 범주의 사람들과 비슷한 모습으로 비출 수 있게 되었는지 한 번도 ADHD 같다는 언급을 들은 적은 없고요.
학습과 훈련이 되어 당장 생활에 크게 지장은 없으나 성향 자체는 바뀌지 않았기에 이렇게 쭉 살아도 되나 싶은 불안함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까지 생각을 하면서도 정신과 방문을 망설이는 이유는, 우선 검사비에 대한 걱정과 성인ADHD에는 완치가 없어 평생 약물을 통해 조절을 해야 한다고 들은 데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보다 앞서 성인ADHD를 진단 받으시고 생활하시는 분들께 고견을 여쭙고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저와 같은 증상이 성인ADHD일 가능성이 높을지, 만약 성인ADHD가 맞을 것 같다면  증상이 있지만 진단을 받지 않고 사는 것이 나을지, 평생 약을 먹더라도 진단를 받고 증세의 호전을 바라는 것이 나을지 고민스럽습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써 내려가 다소 지리멸렬하고 지루한 글이 되었습니다만, 귀한 시간 내어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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