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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에서 전화왔는데 눈물이 멈추질 않았어요.
게시물ID : gomin_180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마티타
추천 : 2
조회수 : 96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7/14 03:31:07
 전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어요, 얼떨결에 나와서 정말 많은 것을 얻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 와중에 오유를 하게 된 건 안 자랑)

어제는 유행성 갑상선염과 급성 위염, 편도선과 기관지염에 동시에 걸렸어요.

간헐적으로 배에서 통증이 올라오는데, 아랫배에서부터 골반을 칼로 긁으면서 명치 있는 곳까지
올라가면 이런 느낌일까요, 정말 어느 방향으로 누워도 일어서도 앉아도 어떤 자세를 취해도
이 고통을 피할 수가 없더군요. 5분에 한 번씩 아프다가 1시간, 그러다 또 10초마다...
정말 지랄같이 아파서 눈물 콧물 쏙 뺐습니다.

결국 비싼 병원비지만 돈 아끼려다 내가 죽겠다 싶어 병원엘 정말 원기옥을 소환해 정신력 강화를 해서
어찌저찌 갔습니다. 가서 질질 짜고 있으니까 간호사분이 제 앞 분의 양해를 구하고 저를 먼저 데려가더군요.
머리는 떡져있고 눈은 충혈되어 있고 기침을 미친듯이 하고 병원 의자에 매달려서 엉엉 울고 있으니
안 되겠던가 봐요.

추웠다 더웠다 체온이 왔다갔다 하고, 정신도 티미해져 가더군요.


돈이란 게 참 좋아요, 주사 한 방 맞고 약 먹으니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고. -_-
물론 일주일간 맹물에 흰쌀 풀어놓은 것만 먹어야 해요. 하하
갑상선이랑 편도선, 기관지염은 금방 나을 거래요. 다행이네. 하하하....



부모님께 "나 종합병원세트 선물로 받았어" 라고 연락을 뒤늦게 했더니
로밍 폰에 전화를 거시더군요. 전화요금 3만원 이상만 나와도 눈이 뒤집히시던 분들인데...
로밍 폰 아시죠? 제가 걸면 분당 2000원, 남이 걸면 제가 분당 1600원씩 내야 됩니다.
근데 장장 40분 간 통화를 했네요.


한국에서도 집을 떠나 살 때는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전화 연락을 1년에 한 번 할까말까 했던
부모님과 이렇게 긴 통화를 한 건 처음이었어요.
우느라 배에 힘 들어가서 배가 더 아프더군요...ㅋㅋ 근데 기분 좋게 아팠어...



통화를 하다보니 문득 제가 한국에서 기르던 개 생각이 나더군요, 제가 정말 제 목숨처럼 아끼는 개랍니다.
제가 외국으로 나오던 날 새벽, 그 개와 저는 한숨도 못잔 채 서로를 안고 훌쩍였었죠.
그 때 처음으로 개의 눈물을 봤어요, 그 개도 제 눈물을 봤는지 핥아 줬었고요.
그렇게 서로를 사랑했던 개가 요새 자꾸 꿈에 나오길래 뭔 일 있나 생각해보니 곧 복날이네요는
농담이고 어디 아픈가 싶어 어머니께 "개 좀 바꿔 줘" 그랬죠.
헉헉 거리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리길래 격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채 이름을 불렀습니다!

"우리 이쁜 00!!!!!!"

침묵.

전 개가 제 목소리를 알아듣고 감격에 겨워 우는 줄 알았죠.
근데 갖고 놀던 장난감한테 갔다더군요.

개little finger는 어쩔 수가 없나 봐요, 개가 개지 개bird끼
내년에 니 뒷다리는 내 꺼다 이 개new끼 아... 

그래서 수화기에 개 주둥이를 대고 귀를 깨물어 달라고 어머니께 리퀘스트를 쐈고
어머니는 깨물어 주셨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깨개개갱끼야야야악'소리에 전 정말 기뻤습니다.
사랑이란 건 참 묘한 감정이죠.



아-...



저 신경성/급성 위염이 서비스 좋다고 단골 돼서는 주는 것도 없이 맨날 찾는데 이거 어떡하죠?
결론은 이게 고민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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