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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세상을 살 힘을 키웠더라면...
게시물ID : gomin_1803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라마티타
추천 : 1
조회수 : 38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7/14 05:04:13
 제가 초딩 시절을 보낸 90년 대에는 B: 디스켓이 있었죠. 플로피 디스크 세장 면적의...
그걸로 무슨 늑대가 도시 뛰어다니는 게임 같은 거 하고...
마메시리즈도 하고... 게임 잡지 사면 부록으로 주는 일렉트로닉퍼플, 영웅전설1,2,3,4,5, 대항해시대 1,2,3 , 정품으로 사야했던 울티마, 히어로즈오브마이트앤매직, 에이즈오브엠파이어,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등이 유행하기도 했었네요. 게임으로 치면 지금과 딱히 다를 게 없네요.
아주 많은 컴퓨터 게임이 있었고, 오락실은 항상 만원이었으니까요. FPS랑 여캐 팬티 보이는 3D 게임은
없었지만...ㅋㅋ 

하지만 그 때 제 또래들은 집 밖 건물 안이 아니라 집 밖 자연 안에서 더 많이 놀았지 싶어요.
특히 저. 전 정말 미치도록 뛰놀았어요. 섬, 해안, 분지, 평야, 산 등등
도시를 제외한 지역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인지도 몰라요. 그리고 특유의 야생성 때문인지도. 
 초등학교만 네번 정도 옮겨 다녔는데 어딜 가든 항상 애들 모아다 산으로 들로 끌고 나가곤 했어요.
덕분에 그 애들 부모님들께 많이 혼나기도 했네요. 하지만 싫다는 애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아요.
'내일도 또 오자'가 작별인사였으니까요...ㅎㅎ 

 요즘은 놀이터도 공터도 쓸쓸하네요. 그네타는 거 좋아하는 저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여긴 어차피 그네 따윈 없고...
근데 그게 나은 것 같아요, 저처럼 자연에서 뛰놀면서 자란 사람은 도시 생활은 젬병이고...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갖고 감수성이 풍부해 봤자 자주 우울하기나 하고
붙잡고 있는 건 돈 될 만한 건 하나도 없이 쓰레기가 되어 사라질
원고지와 컴퓨터 모니터 뿐이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때로는 요즘 초딩 분들이 부러워요.
지금 초딩 분들이 바다와 강, 산, 그리고 나무와 잔디, 야생 동물과의 조우 따위에
관심이 있을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관심이 있더라도 한국의 자연은 너무 많이 변해버려서,
(아름다운 곳이 아직 많이 남아있긴 합니다만 그런 곳은 알려지지 않는 게 차라리 낫죠.)
어딜 가나 거기서 거기에, 놀 만한 곳도 뛰 놀 곳도 없으니.
이런 세상에서 살기에 지금의 초딩 분들은 공부도 잘하고 세련된 인간 관계도 만들 수 있는 거겠죠.
도시적이고, 계산적이고, 개인적이고, 이해타산적인, 명석하고 영리한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거겠죠.
그러면서도 많은 사람들을 조직적으로 능률적으로 이끌며 사회성도 뛰어날 거고요.

전 정말 멍청하거든요.
계산을 해도 병신같이 하고, 개인적이긴 한데 뭔가 모자라고. 
그러다보니
제가 보낸 유년시절은 시간 낭비에다 감수성 낭비일 뿐이란 생각도 많이 듭니다.

 전 지금도 낙엽이 바람에 날려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걸 보면 하염없이 멈춰서서 보곤 합니다.
비가 많이 내리면 맨발로 나가서 물 웅덩이에 뛰어 들고,
눈이라도 오면 새벽에 눈 쌓이는 소리에 자연히 눈이 떠져요, 그러면 바로 밖으로 나가죠. 
동상이 걸릴 때까지 이글루 만들고 눈사람 만들고 천사 그리고 놉니다...
이런 저를 보면 사람들은 '덜 떨어졌다.' 라고 말씀하시며 혀를 차곤 하는데...
음, 실제로 그런가 봐요. 제 또래들은 각박한 세상에 잘 적응하고 살고 있는 거 보면...
전 경쟁이라는 것은 잘 할 수가 없어요, 사람이 빈틈도 많고 모자란 점도 많고,
표정으로 다 드러나고, 솔직하고, 그러다보니 속물 만도 못한 찌질이가 되고 말았네요.




 변화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도시, 그 속에서 무리없이 살아가고 계신 세련된 차도남녀님들이 부럽지만
덜촌인인 전 사람이 많고 나무가 적은 곳에서는 정말 살 수가 없네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나무를 타고 놀고 강에서 헤엄치고 
연못에서 개구리랑 도롱뇽 알을 주우러 다녔던 시간에 공부를 했다면 좋았을 걸, 싶어요. 

제게 남은 건 어쩌면 도태밖에 없는지도 모르겠네요. 힝힝 



늦었다고 생각하니 정말 많이 늦어버리는 바람에 뭘 하든 많이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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