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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무서워서 그래...
게시물ID : gomin_17958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VmY
추천 : 4
조회수 : 108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2/07/18 01: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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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소도시.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입을 것 걱정은 안 했던 수준의 가정에서 자랐다.
평범이라는 것에 의문이 생기지만, 어쨌든 평범하게 20대 중반에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하고 일하고 월세 내고 먹고 살며 돈 모으며 그렇게 살았고.

여전히 지역 소도시에 살고 있고 역시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살만 한 것 같아.
모은 돈으로 낡은 주택 전세로 들어와 집세는 따로 들지 않고 월수익은 400 좀 넘으니 혼자 쓰고 모으는데 부족하지 않은 것 같고.

근데 그게 끝. 더 이상을 모르겠다. 
독립 후 제로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모은 돈은 1억 5천 정도. 근데 그게 끝. 
여기서 더 나아질 수 있어? 집을 살 수 있어? 더 좋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어?
아니. 안 될 것 같아. 

중간에 일을 잠시 쉰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고 모았던 것 같은데 왜 나만 제자리지?
그래 물론 먹고 싶은 거 억지로 참고, 하고 싶은 거 억지로 참을 정도로 악착같이 살지는 않았어.
그래도 흔한 명품 하나 사 본 적 없고 해외 여행도 가까운 일본 한 번, 
비싼 핸드폰도 4년 째 쓰고 있어서 반나절도 안 가 배터리가 바닥나는 지금 갤럭시 말곤 써본 적도 없어.

그런데 또래들은 왜 서울 아파트 한채씩 깔고 있는 거지?
일을 좀 더 늘리면? 저축을 더 하면? 
아니 이미 오른 집값이, 앞으로 오를 집값이 더 될 걸? 
아무리 벌고 모아도 서울 집 값은 커녕 이 동네 집 값도 안 될 걸?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이 있다고 이 정도면 살만 하다고?
그렇다고 난 그냥 앞으로 계속 이 수준으로 살면 되는구나란 위로가 되지는 않아.
낡은 주택 전세집... 아파트 전세로만 옮길 수 있어도 다행이겠지?

영등포 아파트에 살며 남편이 벌어와서인지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의 돈은 그냥 통장에 찍히는 사이버머니 같이 느껴질 뿐 감흥 없다는 그녀의 이야기나
잠실 아파트에 살며 남편 취미가 차라 집에 차 세 대가 있는데 하나는 스포츠카라 타기 불편하다는 주부 그녀의 이야기나
그녀들보다 내가 열심히 살지 못 해서, 잘 못 살아와서 그런걸까?
결혼을 하지 않아서, 아니 하지 못해서일까?

그녀들이 밉거나 질투가 나는게 아냐. 
자격지심인 것도 알아. 비교하는 거 의미 없는 것도 알아.
아니 다른 사람 얘기를 다 빼도 그냥 모르겠어서 그래. 
내가 어떻게 해야하는건지 정말 모르겠어서 그래.

앞으로도 열심히 해도 변하는 것 없이 지금처럼 이렇게, 
평생 나는 그냥 이렇게 이 낡은 주택에서, 이렇게 어둡게 이렇게 계속 살겠구나 무서워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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