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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나는 새벽
게시물ID : gomin_17964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ZmRma
추천 : 11
조회수 : 149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2/09/10 04: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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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려고 누워
이런저런 생각을하다
문득 어린시절의 내가 불쌍해져 눈물이 난다.

상처없이 자란 사람이 어디있겠느냐마는
각자 본인의 상처가 가장 크게 느껴지겠지.

술먹으면 집안을 때려 부수던 아빠.
작은것에도 불같이 화를 내고 폭언을 일삼던 아빠..

나 12살 초등학교 5학년때
평소보다 많은 용돈을 서랍에 넣어두시고
집을 나갔던 어머니.

엄마가 집에 안들어 오던날
밤 늦은시간 공중전화로 미친듯이 엄마에게 전화를 해보고.
이웃들 집집마다
혹시 여기 엄마를 왔냐고 물으며 돌아다녔던 기억

매일 밤마다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슬퍼서 울었던 기억.

친적들이 우리집 거실에서 엄마 욕하는걸
방에서 숨죽여 들으며 상처받았던 기억.

자주가던 분식집 아주머니가
'너네엄마 집 나갔다던데 아직도 안들어왔느냐' 물었던 기억

친했던 친구가
'우리엄마가 그러던데 너네 엄마 집나갔다던데' 라고 했던 기억

그 어린나이에는 
그게 다 내가 잘못한 일 같았고
눈치가 보이고 위축이 됐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학창시절을 떠올리다
그때 내가.언니가. 안타깝고 불쌍해서.
아빠에 대한 원망이 생기는 새벽이다.

이제 나이가 서른초반을 넘어서는데.

그동안 
그래도 적어도 아빠는 우리를 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내가 유년시절에 받았던 상처들은.
'그래 그때 아빠도 힘들었을거야 '하며 흐린눈하며 잊어버리고

아빠에 대한 감사함과 왜생겼는지 모를 의무감으로
 아빠에게 책임을 다하려 노력했는데.
내 형편에서 챙겨드리고싶은건 다 챙겨드리려 노력했는데.
문제없이 잘 지내는 관계인데.

오늘 문득
학창시절 기억을 떠올리다..
그때 아버지가 우리에게 했던 이해할 수 없던 행동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그때 받은 상실감과 슬픔과 상처들이 떠올라서.

아빠도 그때 힘들었겟지 그래서 그랬겠지 이해를 해도.
어렸던 내가 받은 상처가 없어지는 건 아닌데..

그동안 내가.. 아빠 마음만 우선시하고 위해 드리려했지.
상처받았던 내 마음은 외면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냥 지금의 내가 아니라 
어린시절의 내가 불쌍해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갑자기 올라와
이번 명절때는 찾아뵙기 싫은 맘이 든다.
용돈도 챙겨드리기 싫은 맘이 든다.
이런생각과 동시에 불효를 저지르는것같은 
죄책감도 같이 올라온다.

한창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때 나를 방치했는데.
우리를 학대했는데. 
진짜 그때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서 참 그때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불안하고 잠못드는 새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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