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원 '놈현스럽다' 靑 항의에 "화들짝">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놈현스럽다=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을 주는 데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결정한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노무현 대통령을 비꼰 데서 생긴 말이다'
국립국어원이 한글날을 앞두고 출간한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 63쪽에 실린 '놈현스럽다'가 청와대의 항의를 초래하는 등 물의를 빚자 한때 책의 회수를 검토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11일 오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청와대에서 '책의 내용 중에 국가원수에 관한 표현이 들어 있는데 개인 학자의 저술이라면 문제가 없겠지만 국가기관 보고서라면 더 신중하게 검토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골자의 항의를 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청와대가 책의 회수나 내용 수정을 요구한 것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국립국어원은 청와대측의 항의 전화를 받은 뒤 책의 배포를 맡은 도서출판 태학사에 책의 회수 가능 여부를 묻는 전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학사 담당 편집장은 "국어원측에서 혹시 책을 거둘 수 없느냐고 물어오기에 '불가능하다. 이미 다 찍어서 서점에 배포됐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10일 내부논의를 통해 책의 회수를 검토했으나 책을 회수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사전에 없는 말 신조어'는 2002-2006년 한국 사회에서 만들어진 3천500여 개의 신조어를 가나다순으로 정리한 사전이다.
'노짱=노무현 대통령을 속되게 이르는 말. 노무현 대통령의 성과 우두머리, 최고를 뜻하는 짱이 합쳐진 말이다', '노빠=노무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에 있는 인사나 노무현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는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 등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몇몇 단어를 수록하고 있다.
책은 이밖에도 '국회스럽다', '된장녀', '개똥녀, '완소남', 취집' 등 사회현상을 풍자하거나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단어들을 소개하고 있으며 초판 1천부가 출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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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발전은 각종 경제수치 같은 것으로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사회의 진보/퇴보는 정서와 연관된 측면이 있어서 수치화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몇몇 인상적인 사건들을 방아쇠 삼아 그 사회 전반을 추측해 보는 일은 가능하겠지요.
이 기사를 본 제 느낌은 '둘 다 잘했다' 입니다. 국어연구원이 짐짓 미리 겁 먹고 청와대에 '이거 책자에 실어도 되겠습니까'하고 물어보지 않은 것이 첫번째 잘한 일이고, 청와대가 대통령을 건드리는 거북스러운 표현에 대해 저 정도로 완곡하게 거부감을 표시한 게 두번째 잘한 일입니다.
예전같으면 어디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대통령을 비하하는 내용이 정부기관의 책자에, 그것도 그뜻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형식으로 실리다니요. 우리 사회는 진보하고 있는게 맞습니다. 꽉 막혔던 숨통이 트이고 불필요한 권위가 사라지고 있다면 그게 바로 진보의 일면이겠지요.
개인적으로는 이런 항의에 대해 '조까'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시대를 바라지만 아직 그건 먼 얘기인 것 같죠? 비록 더디 가더라도 그 방향이 옳은 곳을 향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썩 괜찮은 것일 겁니다. 긴 호흡으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