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개한테 물린 적이 있어서 사실 개들을 무서워해요.
좋아하는데 무서워하는 이중적인 마음! 특히 멍멍 날카롭게 짖어대면 잔뜩 움츠러드는데요.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집 주인의 개들 때문입니다.
저는 빌라에 살고 있는데 바로 윗집이 주인 집이에요.
결혼 전 예산에 딱 맞고 마음에 쏙 드는 집이라 보자마자 계약했는데
그때는 개가 사는 줄 몰랐어요. 짖는 소리 하나 없었거든요. 두 번이나 보러 왔는데.
신랑보다 먼저 들어와서 며칠 살다가 알게 되었지요.
아침 저녁으로 짖는 소리나 윗층에서 도도도도 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제 앞에 있는 건 아니니까 괜찮았어요. 오늘은 개들은 활기차군 이러면서 ㅋ
그런데 문제는 개들이 좁은 빌라 계단을 뛰어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였습니다.
주인집은 50대 중반의 주인 내외분과 아주머니의 친정 어머니인 할머니께서 살고 계세요.
개들은 전담하는 건 할머니시고요. 그걸 알았는데 힘드시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견종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요크셔테리어 같고 2마리예요. 아직 어린지 엄청 활기차서
할머니가 개들을 따라가지 못하세요;;;;
이 집 이사오고 개들이 빌라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는 걸 본 것만도 여러 번.
그때마다 주인집에 개들 나갔어요!! 하고 놀라서 연락 드렸는데 그다지 놀라지 않으시더라구요;;
집 앞에 아주 큰 도로는 아니지만 차들이 다니는 길이 있어서 저는 위험할 것 같았거든요.
개들을 무서워하지만 싫어하는 건 아니니까 사고 날까 봐 겁나더라구요.
그런데 개들을 케어하시는 할머니께서 연세가 있으시다 보니 에너지 차이가 너무 크더군요.
산책을 잘 못하는 건지 주인집 현관문 열리는 틈마다 개들이 빠져나가려고 용을 쓰는 것 같았어요.
문제는 제가 임신하고 퇴근길에 그렇게 개들을 갑작스럽게 마주치면서부터 시작됩니다.
빌라 계단은 좁잖아요. 그런데 개들이 엄청 짖으면서 달려들더라구요.
물론 좋다고 그런 거일수도 있지만 임신 중에 굉장히 무서워서 참고참다가 주인 아주머니께 이러저러하니
개들만 밖에 다니지는 않았으면 좋겠따고 말씀드렸고 알겠다고 하셨어요.
근데 그게 잘 안 되더라구요ㅠㅜㅠㅜ 연락은 주인 아주머니랑 하지만 개들은 주인 할머니가 돌보시니..
더 큰 문제는.. 출산 후에 저희 집에 친정 식구들이 놀러왔을 때였어요.
현관문을 열었는데 개 한 마리가 불쑥 들어와서 다들 너무 놀랐는데
알고보니 청소를 하시던 중인지 개들을 그냥 계단에 내놓으셨떠라구요ㅠㅜㅠㅜ
그땐 참았는데 그 뒤에 또 한 번 개가 들어왔고
이번에는 아기가 있는 안방에 들어갈 뻔했어요. 다행히 문을 닫았는데 정말 너무 놀라서
다시 연락 드렸죠.. 개가 또 들어왔는데 넉달 되어 누워있는 아기 방에 들어갈 뻔했다고 조심해달라구요.
한동안 잠잠한 것 같았는데 또 개가 집에 들어왔어요ㅠㅜㅠㅜ
저희는 결국 만기를 몇 달 앞두고 이사를 택했습니다.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다음 집 구할 땐 그 건물에 개 키우는 분 있는지부터 물어봤네요ㅜㅡㅜ
이사 하기로 하니 마음은 편한데 이런 경우가 흔한지 궁금해서요.
현관 문밖 계단에 한두 시간씩 개들을 내놓는 것이나
빌라 계단 올라갈 때 그냥 풀러놓는 것이나...
목줄 없이 다니시는 것이나...
제가 할 수 있었던 다른 방법이 있는지두요.
그리고 또 하나 예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제가 개를 무서워하는데 싫어하지는 않거든요. 정확히는 개가 짖는 걸 무서워하는 것 같아요.
근데 제가 무서워하는 걸 알아서인지 저한테 엄청 달려들어요.
개 키우는 분들 집에 갈 때마다 개들이 달려들어서 무릎에 한 시간씩 앉아 있곤 했어요.
짖는 게 무서워서 달달 떨다가 나중에 얌전해지면 저도 귀엽고 좋으니까 잘 놀아주는데
이게 만만해 보여서 그런 걸까요?
첨보는 개들도 그러더라구요. 저 보고 짖다가 달려들곤 무릎에 앉아서 안 내려가요;;;
주인이 내려놓으려고 하면 으르렁 대고..
아는 분한테 제가 만만해서 그런거냐고 물어보니까 그냥 빵 터지셔서는 웃기만 하시더라구요ㅠㅜ;
첨 보는 개들이 무릎에 한 시간씩 앉으려고 하는 나, 비정상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