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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진지하게 얘기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너의 그 한마디가 나에겐 백마디보다 더 무거운 말이었다.
몇십년이 더 지난 일인데, 그리고 어렸을 때 일어난 일인데 그걸 아직도 잊지 못하고, 극복하지 못하고 있냐는 너의 말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 친구들도 사정이 있어서 그랬을 거라는 너의 그 넓은 이해심을 나는 찢어버리고 싶었다.
한편으론 너도 어디에선가 왕따 한 번, 묻지마 폭력 한 번 당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가해자도 잘못하지 않았고, 나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너의 말을 듣고 나는 생각했다.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혼자 속으로 외로움과 슬픔과 아픔을 견뎌온 내 어린 시절의 그 시간들이 너무 억울하잖아.
나는 그럼 무엇 때문에 그 시간을 견뎌야 했던걸까?
그 시간 동안 내 마음에 새겨진 흉터들 덕분에 마음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서 다른 사람에게 제대로 내 마음을 보여주지 못하는 나를 스스로 하찮게 생각하게 될 정도로 힘든데,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면 너무 억울하잖아.
나중에 네가 갑작스럽게 큰 불운을 당했을 때, 나도 너에게 한마디 전해주련다.
'그 사람도 사정이 있었겠지. 네가 이해하고 용서하든, 잊어버려라.'
부디 너도 큰 불운을 겪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