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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예요.
게시물ID : readers_17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소람쥐
추천 : 12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10 02:52:01
나는 아무의 제자도 아니며
누구의 친구도 못 된다.

잡초나 늪 속에서 나쁜 꿈을 꾸는
어둠의 자손, 암시에 걸린 육신.

어머니 나는 어둠이에요.
그 옛날 아담과 이브가
풀섶에서 일어난 어느 아침부터
긴 몸뚱어리의 슬픔이예요.

밝은 거리에서 아이들은
새처럼 지저귀며
꽃처럼 피어나며
햇빛 속에 저 눈부신 천성의 사람들
저이들이 마시는 순순한 술은
갈라진 이 혀끝에는 맞지 않는구나.
잡초나 늪 속에 온 몸을 사려감고
내 슬픔의 독이 전신에 발효하길 기다릴 뿐

뱃속의 아이가 어머니의 사랑을 구하듯
하늘 향해 몰래몰래 울면서
나는 태양에의 사악한 꿈을 꾸고 있다
.

최승자 - 자화상.


최승자 시인 참 좋아해요. 그녀의 시는 전체적으로 다 이런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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