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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은 제조 산업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공산품, 식료품의 과반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지라,
금융권, 물류, 유통, 크립토, 회계 관련 산업을 제외하고 외국인으로서 한국만한 생활 영위는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류, 유통업 역시 일본 자본이 홍콩 내수 경제에 침투한지 역사가 오래되어 한국인이 설 자리는 한정적입니다.
많은 한국 친구들 역시 친해질만 하면 홍콩을 떠난 상황이구요, 동년배 중 4년 넘긴 사람은 저만 있는 것 같습니다.
전공 내지 커리어 버리고 현지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 고객서비스, 물류회사 오퍼레이터 등으로 취업한 사람도 많이 봤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남아있고 싶은 마음이 현재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직업인 디자인을, 40 넘어 하기까지 자신감이 없는 상태입니다. 여기서도 그렇고, 한국에서도요.
30대이고, 미혼이며 커리어 전환을 위한 공부와 하고싶지만 미뤄왔던 일들을 하며 6개월 정도 하고싶은데,
홍콩에 있으면 매 달 월세가 200만원 가까이 나갑니다.
마땅한 학원이나, 질 좋은 강좌가 있는 것도 아니구요. 온라인 코스 수강을 위해 집에 수백만원을 쓸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현 직장에서 번아웃과 우울증이 너무 심하게 온지라, 이직에 관해서도 회의적인 상태입니다.
사람을 마주하기가 어렵고, 다른 조직에 가서 열심히 하겠다는 어필할 기력조차 없는 것 같아요.
한국에서도 그렇듯 여기서도 디자이너로서 대우받기는 어려운 환경입니다.
이직 시도는 작년부터 꾸준히 해왔으나 중국 본토에서 십수년 디자인을 해왔던 사람들이 내려와 저와 경쟁하고,
더 낮은 급여 딜을 수락합니다. 삶의 질보다 우선 취직이 먼저인 경우가 많아서요. 저도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는데....
주변에 일본에서 주재원 파견을 나온 친구들이 많습니다. 대개 곧 돌아가지만 생활 수준의 차이를 눈으로 확인한 순간부터
홍콩 생활에 대해 박탈감을 하루하루 느낀 것 같습니다.
다양한 경험, 많은 외국 친구들 모든 것이 행복했습니다. 돈과 제 미래 걱정은 한 순간도 머리를 떠난 적이 없지만요.
그런데 지금 한계에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들은 오래전부터 잠깐이라도 들어와서 쉬라는 말을 한 상태입니다.
새벽이라 생각이 더 깊어져 글을 쓰게 되었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