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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게시물ID : gomin_17981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mZmY
추천 : 11
조회수 : 1860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3/02/05 23:32:49
제가 아주 위태로웠던 3년 전 2월 
저는 맨발로 집을 나섰습니다.
아직 차가운 새벽의 기온에 발은 점점 움츠러 들었고 
찬기를 잔뜩 머금은 아스팔트가 저의 발을 쿡쿡 찔러왔습니다
단순히 신발을 신지 않았을 뿐인데 
찾아온 묘한 해방감이 저의 발목을 잡고 끌었습니다     

새벽의 날카로운 바람을 맞으며 저는 걸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전 바다 앞에 섰습니다 
고요해 보이는 바다 위로 새하얀 거품이 일었습니다 
저는 그만 걸음을 멈추고 말았습니다 
목적지가 바로 한 발자국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멈춰 서고 말았습니다 슬펐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눈물 흘렸습니다 
한 발자국이면 되는데 
딱 한 번만 더 내디디면 되는데 
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그게 너무 억울하고 슬퍼서 
서럽고 또 서러워서 울었습니다 
파도 소리가 너무 다정해서 
그래서 펑펑 울었습니다    

그렇게 정말 한참을 울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아 차가워진 얼굴을 벅벅 문지르고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런데 집에 도착해서 마주한 제 발이 
너무 못나 보였습니다 
꽁꽁 얼어 느낌이 사라진 발에 자잘한 상처가 
너무 못생겨 보였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울었던 것 같습니다 

맨발로 걸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어떤 이유로 걸어보셨나요? 

저는 용기였습니다 
다짐이었습니다 
끝을 위해 시작했지만 
저는 그 끝 앞에서 다시 시작하기를 원했고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사실 아직도 가끔 그곳에 내려갑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맨발이 아닙니다
저는 늘 그곳에서 새로운 시작을,
시작에 필요한 다짐을 얻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제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 무렵이면 늘 싱숭생숭한 맘에 적어보았습니다
이것도 나름의 다짐이랄까요?

여러분들께 저의 용기가, 다짐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단단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추운 바람 앞에서 울던 저를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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