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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gomin_1808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데브데브
추천 : 13
조회수 : 1275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1/07/15 07:22:22
1.

우리가 처음 만난건 2009년 여름, 웹툰 팬카페 채팅방에서 였습니다.
창원, 26살 학교를 휴학하고 취업준비를 빙자한 백수 생활을 하던 어느 날 입니다.

아침 늦게 일어나 도서관에 가서 대충 재밌는 책이나 읽다가, 오후엔 과외, 
저녁엔 친구들과 먹고 마시던... 그런 무료한 생활을 하던 중 이었습니다.

순전히 작가의 얼굴이 궁금해서 가입했었던 네이X 모 웹툰 팬카페.
가입한 것도 까먹고 있었던 그 카페의 채팅방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

흥미로 들어갔던 채팅방에는 초등학생부터 20대 초반의 친구들이 모여 놀고 있습니다.
어린 친구들이 농담을 하면서 놀던 모습이 재밌었던 나는 조용히 눈팅을 했습니다.

그 때, 서울에서 고3 생활을 하던 19살 그녀가 나에게 친절히 말을 걸었습니다.
나는 웃으며 답을 합니다. 
그 후로 2~3달간, 매일 밤늦게 채팅방에 들어가 유치한 이야기나 하는 것이 내 일상에 추가 되었습니다.

아저씨아저씨 하면서 따르던 그녀와의 대화는 재밌습니다.  배려심도 있는 것 같고 착합니다.
내가 짖궂게 장난을 칠 때면 토라져서 말도 안걸고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만 하고 나가버리는 그녀가 귀엽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친해졌고, 그녀는 수능을 쳤습니다.  미술을 하던 그녀는 수능을 친 이후로도 바빴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전화가 왔습니다.  어떻게 알아냈는지 내 폰 번호를 알고있던 그녀가 틀림 없습니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을 많이 가립니다.  온라인에서만 알던 사람에게서 온 전화가 부담스럽습니다.  내 목소리를 들려 주는 것도 부담스럽습니다. 새벽에 걸려온 받지 않고 전화를 내려 놓았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고 있어서 전화를 받지 못했다고 말을 했습니다. 왜 전화했냐고 물어보니 '그냥요'라고 말하며 그냥 웃습니다.

그녀는 자신이 원하던 대학에 들어갔고 우리는 계속 온라인이나 문자로만 연락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그녀가 술을 마신다고 합니다. 아, 그래? 많이 먹지마
금요일밤. 나도 친구들과 술을 먹었습니다.  그녀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그녀는 조금 취한 것 같습니다. 술기운에 처음으로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녀가 미소를 띄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홍조를 띄며 웃습니다. 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느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처음 전화를 했고 우리는 점점 더 가까워져 갑니다.

2010년 4월 1일 비오는 날이었습니다.
20년 지기 불알친구놈과 막걸리를 한 사발 하고 있을 때 였습니다.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문자가 옵니다.  만우절입니다. 귀엽습니다. 나도 문자를 보냅니다. 사랑한다.

5월이 생일인 나에게 생일축하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 줍니다.  사진으로만보던 그녀가 움직이면서 말을 합니다. 너무 이쁘고 사랑스럽습니다.
문자를 보냅니다. 'ㅋㅋㅋㅋ야 나랑 결혼하자.' 그녀는 기뻐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점점 더 깊게 마음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되어갑니다.

불알친구들과 술을 먹는데 친구 한놈이 그럽니다. "마 니 채팅으로 만난 아랑 연애한다매? ㅋㅋㅋ"
비웃는 듯한 그 놈의 말에 기분이 상합니다.  하지만 그녀와 나는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무언가 방법이 있어야 합니다.  
친구놈의 말을 듣고 그녀를 직접 만나기로 결심을 합니다.

6월말. 군대를 전역한 이후 처음으로 서울에 가는 버스를 탑니다.  이 상황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사람을 무척 가립니다.  그런 내가 인터넷으로 만난 사람을 직접 만나러 가다니, 재밌습니다.  

강남 고속터미널, 저쪽 어귀에서 그녀가 웃으며 옵니다. 이쁩니다. 사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첫 데이트를 시작했고, 그날부터 정식으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서로 힘든 연애가 될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습니다. 나이차이도 많이 납니다. 사는 곳도 너무 멉니다. 결정적으로 돈이 없습니다. 차비만 해도 엄청난데 그걸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걸 뛰어넘을 마음이 있습니다.

우리는 서울, 대전, 창원, 부산 등을 오가며 만났습니다. 물론 자주 만나지 못합니다. 1~2달에 한번 씩 밖에 보지 못합니다.  그 외의 시간은 보통 통화를 하거나 스카이프로 대화를 합니다.

그녀는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걸 너무 안타까워 합니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대화를 하길 원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늦게까지 내가 집에 들어가서 연락을 할 때까지 기다립니다.

이렇게 1년 이상을 만나왔습니다.

우리 만남은 어디서 부터 어긋나기 시작했을까요??

2. 

나는 집에 늦게 들어 옵니다.
항상 그런것은 아니지만 보통 12시를 즈음해서 들어옵니다. 아버지가 잘 시간입니다.

우리 부모님은 자주 싸우십니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싸움의 99%가 돈만 있으면 일어나지 않을 싸움입니다. 부모님의 부부싸움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아파트 통로에서 집으로 올라가면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지, 잠시 MP3를 끄고 확인합니다.
가끔은 환청이 들릴 때도 있습니다. 노이로제 인가 봅니다.

욱하는 성격을 가진 아버지는 자주 소리를 지르십니다. 아버지는 엄마를 미워하고, 엄마는 아버지를 원망합니다. 나는 엄마편입니다.  누가봐도 항상 잘못은 아버지가 하시니까요

엄마에 대한 미움의 화살이 나를 향하게 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건 몇 년 전입니다. 군대를 전역하고 돌아온 집의 분위기는 냉랭했습니다.  예전에도 마냥 좋기만 한 건 아니었지만 이상합니다.

처음엔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두 분을 모시고 식사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려고 하고 했습니다. 하지만 30년세월 동안의 골은 쉽게 메워지지 않나 봅니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에게 맞섰습니다.

그래서 나는 집에 늦게 들어옵니다. 아버지를 만나면 서로 불편합니다.

12시즈음 집으로 들어옵니다. 컴퓨터를 켜고 그녀에게 연락을 합니다. 나 집에 왔어
그녀와 스카이프를 합니다. 1시간쯤 하고 나니 피곤합니다. 귀찮습니다. 다른 할 일도 있습니다.
끊으려고하니 그녀가 서운해합니다. 
징징 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적당히 나무라면서 스카이프를 끊습니다.

하지만 주눅든 그녀의 모습이 마음에 걸립니다.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한두번 있는 일이 아니기에 그냥 그려려니 합니다.


3. 

우리는 1년 동안 즐겁게 만나왔습니다. 그 사이 나는 취업을 했습니다. 원래 목표로 하던 대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입니다.  여러가지 사정이 있었지만 분명 그녀를 위한 이유도 있었습니다. 빨리 돈을 벌어야 했습니다. 바쁩니다. 피곤하고 정신도 없습니다. 하지만 집에 일찍 들어가 편히 쉬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며칠 전부터 그녀가 이상합니다.

"무슨 일있어?" 카톡을 보냅니다

얼마전에 스마트폰을 샀습니다.  작년부터 넥서스원을 쓰던 그녀와 조금이라도 더 닮을 수 있도록,  커플링을 해주지도 못하는 나는 넥서스S를 사면서 스스로 위안을 얻었습니다.

"무슨일은 없어요"
"사랑해요"

답이 옵니다.  무슨 일'은' 없어요.  다른 일이 있나 봅니다.

나는 똑똑하고 잘났으며 기감이 남들보다 뛰어 납니다.  한 때 무당눈깔이라고 불리며 스스로도 놀랄만큼 적중률 높은 감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남자문제인건가? 좋아하는 남자가 생겼나? 여러가지 생각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하지만 그럴 리 없습니다. 그녀와 나는 변치않는 사랑의 확신으로 묶여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연고도 없는 곳에서 살며, 나이차도 많이 나는 우리가 이렇게 장거리 연애를 오래 할 수 있을 리 없습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요즘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힘들답니다.
전에도 이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그래서 또 말을 꺼냅니다. 

'좋아하는 남자생겼어?'
...

'그래 생겼다'

그녀가 말합니다. 역시.

어떤 사람이냐고 물어봅니다. 뭐라뭐라 말을 합니다.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가슴이 답답하고 손끝이 저립니다. 섭섭하고 괘씸합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무시 할 수 없습니다. 정말 힘들어 했습니다.

밤늦게 집으로 와서 그녀에게 전화를 합니다.

그 남자 어디가 좋냐 어떤 놈이냐 부터 시작해서 이것저것 물었습니다.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걸 그 남자에게 몰아가고 있었죠

하지만 그녀가 말합니다. 그 남자 때문이 아니라고.

나 때문입니다.
....

나는 똑똑하고 잘났으며 남들보다 기감이 훨씬 뛰어납니다

나 때문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남자의 잘못인양 회피 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말합니다
힘들답니다. 외롭답니다. 눈물이 났습니다. 불과 2주전만해도 우리는 웃으며 만났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부터 생각을 하고 있었답니다. 그녀가 그렇게 힘들어 하는 것도 모르고,
만나서 장난이나 치면서 히히덕 거리던 내가 너무 싫습니다.

그녀는 나를 만나면서 그렇게 힘들어했습니다.
나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수입도 생기고 생활이 안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그녀에게 못해줬던걸 모두 해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외롭다고 말합니다. 순간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울면서 말을 했습니다.
'그렇게 외로우면 말을 하지 그랬어...'

'말했어! 근데 그럴때마다 삐졌냐 미안하다 이말만 했잖아!'

순간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4.

집에늦게 들어옵니다. 오늘은 씨끄럽습니다. 또 부부싸움인가 봅니다.

엄마가 말합니다.

"돈 다 벌어서 집에는 한푼도 안갖다 주고 뭐 하나 잘해준게 없으면 말이라도 잘 해주던가! 말이라도 잘 들어주던가! 말을 할라고 그려면 그새 말문을 막고!"

엄마는 저 말씀을 자주 하십니다. 아버지가 자신의 말을 안들어주는게 평생의 한이 되었나 봅니다.

...............


'말했어! 근데 그럴때마다 삐졌냐 미안하다 이말만 했잖아!'

순간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심장 부근에서 무언가 터져버렸습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내가 자신의 말을 막았다고.
외롭다고 힘들다고 징징 거리면 나는 항상 '니가 어려서 그렇다..뭐가 섭섭하냐..나이들면 그런거 아무것도 아닌거다...내가 잘못했다 미안하다.. ' 이런식으로 그녀의 말문을 막아 버렸습니다.

네, 그녀는 분명히 외롭다고 힘들다고 말을 했습니다....나는 그저 투정인줄 알았던 그런 말 하나하나가 그녀의 아픔이었습니다.

그걸 깨닫는 순간 너무나 아프고 머리가 띵해지면서 
죽고 싶을 만큼 내 잘못을 깨달았습니다.  그토록 오래 봐오면서 잘 알고 있었다는 엄마 가슴에 맺힌 한을
그녀에게 똑같이. 내가 만들어 주었습니다.

죽고싶습니다. 말로 형용할 수 없을만큼 가슴이 아픕니다. 정말 죽을 것 같이 아픕니다.
죽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똑똑하지도 잘나지도 않고 그냥 못나고 멍청한 놈일 뿐입니다.

그녀가 바랬던 소소한 일상의 행복들을 지켜주지 못한채 남자친구랍시고 그녀를 매일 기다리고 아프게 만들었습니다. 

이제 그녀가 나를 떠나 행복하려 합니다.

도저히 잡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없으면 나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잡을 수 없습니다.
잡으면 안되지만 조금 더 잡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잘하겠다고 더 노력하겠다고.... 다시 그녀를 잡고 싶습니다.


나는 학창시절 축구를 좋아했습니다.

특히 리버풀을 좋아했습니다.  세리에 리그를 주로 보던 저를 리버풀 팬으로 만든것은
리버풀의 선수도, 리버풀의 플레이도 아닌 응원가였습니다 단순히 응원가 제목이 좋아서 리버풀을 좋아한 것 뿐입니다.

You`ll never walk alone


5.

JYE야 

같이 가자고 너의 손을 잡아 끌고 나와 놓고서는 

어느새 너 혼자 걷게 만들었구나.

풀도 보고 나무도 보고 꽃향기도 맡고 싶어했던 너를 몰라주고 

나 혼자 먼산을 보며 달리고 있었구나

혼자 이게 맞는 길인양, 이것이 당연한 일인냥 그렇게 잘난척하며 뛰면서

정작 너의 손을 놓쳐 버리고 그걸 깨닫지도 못했구나

그렇게 외로움속에 혼자 걷게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후회란걸 하는 놈이 아닌데,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면 그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돌리고 싶어.

후회라는 말을 내가 이렇게 절실히 느낄 수 있을지 몰랐어.

미안해, 정말 미안해, 너무 사랑해 정말 사랑한다.

다시한번 내손을 잡아 준다면 

다시는 너를 혼자 걷게 하지 않을게.

사랑해


6.

우리는 우리 두사람을 제외한 어떤 관계에도 엮여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헤어지면 이대로 평생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서로의 소식도 전혀 듣지 못하겠지요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이 모든걸 기억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연인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더 귀기울여 들어주신다면
저같은 후회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멋지게 보내 주리라 생각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 그래 왔습니다.
이렇게 까지 절박했던 일은 살면서 처음인듯 합니다

이제 저는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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