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도록 뚱뚱했고 굶어서 뺀 후에는
식이장애를 오래 앓아왔다.
몸무게 앞자리가 3이 되어도 거울 속의 나는 어딘가 못마땅했고
마르고 예쁜 다른 여자를 나도 저렇게 날씬하고 예뻤으면 하고 부러워했다.
그 여자랑 함께 찍은 사진 속의 내가
그 여자보다 훨씬 말라있다는 걸 깨닫고 내가 뭔가 아주 이상하구나 그제서야 느꼈지만
내 몸을 학대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그냥 조금 찌면 찌는대로 조급함 없이 수용하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도 100% 그렇지는 않지만...
항상 내 외견의 어딘가가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오늘 문득 갤러리의 옛날 사진들을 보다가
몇 년 전 한창 자기부정에 빠져 폭토를 반복하던 시절의 사진을 보았다.
나 자신도 사진을 넘기지 못하고 한참을 볼 정도로
나 그때 참 예뻤네.
내가 봐도 이렇게 예쁜데
그때의 나도 나를 좀 더 아껴줄걸.
요즘 나이가 들어서 늙어간다며
나 자신이 이젠 별로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또 나중에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의 내가 가장 예쁘다고 스스로 꼭 안아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