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성인 ADHD 판정을 받은 40대 중반 사람입니다. 고민까지는 아니고, 혹시 저같은 증상이 있거나 자녀가 비슷한 증상인 분들 도움이 되셨으면 해서 올립니다.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하게 보였던 친구가 업무 관련으로 우울증을 앓더니 어느날 본인이 성인 ADHD판정을 받았다 하더군요. 저도 오래 쉬다가 다시 일을 하게 되면서 업무처리가 너무 힘들고 기억력이나 일이 순서가 엉망이 되거나 단순한 일처리도 오래 걸리고 처리가 힘들어서 우울증을 앓았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혹시나 싶어 검사를 해 보았고 성인 ADHD판정을 받았습니다.
어린시절부터 하나에 빠지면 밥도 안먹고 잠도 안자고 몰입함, 시간관리가 잘 안됨, 물건 잘 잃어버림, 그래도 정리나 알림장, 숙제, 자기 할 일 같은건 제때 챙기진 않지만 스스로 챙기는 편이었어요. 기억을 더듬어보면 훅 튀어오르는 감정을 어쩌지 못해서 짜증이 많았던 것 같아요. 활자중독마냥 책이나 글을 닥치는대로 읽은 덕분인지 공부는 좀 하는 편이었습니다. 초등때는 수업시간에 적극적인 아이였지만 시간이 갈수록 매 시간 그림 그리거나 하는 등 집중을 잘 못했고, 성적은 들쑥날쑥이지만 시험기간 벼락치기 공부로 어느정도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턱걸이지만 비교적 입결이 높은 대학교에 갔고 대학 성적은 4년 내내 바닥이었지만 좋아하는 부분에서만 학점이 좋았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규칙과 체계가 필요하고 멀티테스킹이 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 부분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연차가 많이 찼음에도 매번 까먹고 놓치고 실수해서 스스로 자책을 많이 했는데 감정이 막 올라와서 조절이 안될때는 내 머리를 스스로 쥐어 박거나 내 뺨을 때리거나 나에게 X멍청이라고 쌍욕을 했었어요. 그게 저를 더욱 우울증으로 빠뜨렸던 것 같습니다.
보통 ADHD가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다른 방법으로 메꾸어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체력이 좋은 편이었고 책임감이 강해서 주어진 일에 몰입이 가능했던것 같습니다. 남들이 30분이나 한시간이면 처리할 일도 두시간 이상 걸리지만 늘 야근하면서까지 어떻게든 해치웠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면 신경을 남들 두세배로 신경을 써야 해서 집에 가면 거의 방전상태가 되지만 그럼에도 실수가 보이니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국 다시 일하기 시작하고 3년 사이에 앞머리 상당수가 스트레스로 흰머리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약물치료를 하면서 현재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3월에 새로운 곳으로 옮기면서 적응도 해야하고 많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는데 할일을 기록하고 그것을 보면서 차근히 처리하는 것이 되더군요. 시간을 쪼개서 분배하고 당장 해야할 일의 순서나 방향이 머릿속에서 그려지는게 신기했습니다. 예전에는 항상 긴장상태에서 어느 하나라도 흐트러지면 예민하게 반응하고 항상 불안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정서가 평온해진게 저 스스로도 많이 느껴집니다.
"아, 보통 사람들은 늘 이렇게 평온한 상태를 살고 있는거구나. 난 이걸 왜 이제야 알았을까?"
미리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후회도 되고, ADHD가 특수한 사람이나 과잉행동에만 초점이 맞춰져 편견이 있는데 그렇지도 않다는걸 알려드리고 싶어서 글을 씁니다. 제가 ADHD라고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라거든요. 실제로 의사나 고학력자들에서도 ADHD가 있고, 약물로 쉽게 조절되는 질환이라 일상생활이나 정서상에도 크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약은 메디키넷 먹는 중이고 지속성이 짧지만 용량을 조절하기 좋습니다. 부작용은 두근거림, 불면증, 울렁거림, 식욕부진 등이 있는데 저는 먹은 첫 날 밤새 뇌가 각성된 듯한 선잠을 잤고 한 달 정도는 식욕부진이 있었습니다. 익숙해지면서 부작용도 사라졌고 지금은 전혀 부작용 없습니다.
참고로 제 담당 의사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어린시절 빨리 발견해서 약물치료할수록 뇌가 자라면서 전두엽이 정상을 찾아갈 확률이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니 비슷한 증상의 자녀를 두신 분들은 정신과나 약물에 거부감 가지지 마시고 꼭 찾아가서 검사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저는 이미 성인이라 뇌가 바뀌진 않는다고 평생 먹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