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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이 크면 억울한 마음도 빨리 가시는 걸까요...?
게시물ID : gomin_17992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2tnZ
추천 : 3
조회수 : 1271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23/06/11 23:10:15

산업재해 사망사고 관련으로 누명을 쓸 뻔 했던 적이 있다는 글을 썼었습니다.

제가 심폐소생술을 했기 때문에, 사망의 책임도 저한테 있다는 것이었죠.

 

이 날 이후로, 뉴스 등에서 '의인상' 등등으로 나오는 분들을 도저히 믿질 못 하고 있습니다.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살려내지 못 하면 과실치사로 책임져야 한다는 소리를 1년 가까이 들었던 것과

심폐소생술을 혼자 몇십분씩 지속하다가 오히려 제 자신이 탈진으로 훅 갈 뻔 했지만, '엄살 피우지 마라' 소리만 들었던 게 지금도 마음 속에 꽂혀있습니다.

 

과거에 썼던 글에서 다른 분들이 정말 잘한 것이라고 칭찬은 해주신 분들이 정말 고맙게 느껴집니다만,..

 

 '남들은 회사 일 열심히 하면 승진도 하던데... 어디서 눈에 띄어서 스카우트라도 되던데...'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억울한 마음이 항상 마음 속에 싸늘하고 쓰디 쓴 비수처럼 꽂혀 있습니다.

10년이 넘어가는 지금 시점에서도 이러는 자신을 보면서, 겁나 개찌질한 ㅂㅅ새끼라는 생각도 합니다.

 

이런 일이 있었음에도, 오지라퍼 기질은 어디 가질 않습니다.

몇 일 전에도 길에서 다친 아이의 상처를 소독해주고, 밴드를 붙여서 보냈습니다.

평소에도 제 시야에 아이들이 보이면 일단 긴장부터 하거든요. 혹여 넘어지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해서요.

 

사실 저러다보면 부모가 고맙다고 말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는 아이를 그냥 데리고 휙 가버립니다.

그나마 그냥 가버리는 쪽이 양반인 게, 돌아서면서 마치 들으라는 듯이 '저거 변태 아냐?' 라는 소리도 들어봤거든요.

저런 사건들의 기억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흐려지긴 하지만 그래도 저런 식으로 매도당한 부분의 기억 만큼은 참 오래 갑니다.

오래된 상처가 쑤신다는 말 마냥, 때때로 떠오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싸늘하게 식어가는 느낌이거든요.

 

오지라퍼 성질머리가 어디 가지는 않을테니, 저는 또 어디에서 누군가 넘어지는 게 눈에 보이면 또 달려나갈 겁니다.

가방 안에 항상 들어있는 간단한 구급약 박스를 빼버릴 일도 아마 없을 겁니다.

 

혹여 이런 사람이 있거든, 제발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수십년이 지나도 그런 말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무심코 비수를 던질 수도 있겠지만, 그 비수는 정말 뽑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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