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천주교를 믿습니다. 어려서는 놀러가다시피 기쁘게 같이 다녔습니다. 군 전역 후 나이 좀 먹으니 의무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더 먹다보니 이상하게 언제부턴가 가족에게 싫은 모습이 생기며 보이기 시작합니다. 서로가 잘못하면 사죄하고 해결했었는데 이젠 못잡아먹어 안달입니다. 죄송하다. 하면 그러게 왜 나에게 잘못했냐 하시고. 부모님의 잘못을 말씀드리면 나이탓만 하시고. 제 의견을 내비치면 어린놈이 감히라고 하십니다. 제겐 지옥에나 가버리라는 말씀도 서슴지 않습니다. 주변 이웃에게는 천사표 그 자체입니다. 먹을걸 보이는 족족 나누는가 하면 웃으며 인사하며 웃으며 통화합니다. 봉사활동도 꽤 다니십니다. 이웃의 개가 짖으면 시골개가 시골생활 잘한다 합니다. 하지만 시골의 우리집 개가 짖으면 언젠가 모가지를 비틀 날이 올거라며 시끄럽다고 온갖 물건을 집어던지십니다. 티비 속 출연자의 외모가 어떻다고 품평도 서슴지않습니다. 하지말라 하면 면전도 아닌데 뭔 상관이냐고 하십니다. 운전중에도 욕설을 멈추지 않습니다. 과속 등 난폭운전을 하는건 아니지만 그 욕설을 저에게 하는건 아님에도 항상 듣고있자니 지칩니다. 그런 가족이랑 뭔 신앙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결국 무언으로 시위하는 의미로 성당에 안 나간지 몇년 됐습니다. 앞으로도 안 갈겁니다. 안 가니까 저주받아서 니 팔자가 이렇게 된거라는 악담도 듣습니다. 그래서 더 가기 싫습니다. 종교생활을 하며 성경을 읽으시고 말고는 상관없습니다. 이런 가족이 너무 밉습니다. 그래서 안 가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