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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안해야겠다 싶게된 계기 그냥 고게에 남깁니다
게시물ID : gomin_18000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NhY
추천 : 1
조회수 : 2330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23/09/07 11: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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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밤에 너무 유난히 전여친 생각이 나더라구요

힘들었는데 뭐 제가 잘한 것도 없고 걔가 잘한 것도 없고...

 

군대 전역하고 24살 때부터 30살까지 7년 정도 만난 친구가 있습니다

실제로는 사겼다 헤어졌다 그러면서 실제로 사귄거는 4년 반? 5년? 정도가 되겠네요

 

저랑 8살 차이가 났어요 그 친구를 중 3때 처음 알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만난 건데 

제가 먼저 어린애한테 찝쩍거렸던 건 아니고... 그 친구가 제가 좋다고 먼저 번호따가서 됐습니다

둘 다 음악 했고... 게임 좋아하고... 그런 공통점이 많아서 잘 맞았던 거 같아요

 

다른 공통점으로는 둘 다 이혼 가정이었고, 둘 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서 자랐고,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이었죠

저는 걔한테 연장자에 자기 이야기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라서 처음에 끌렸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저와 상황 비슷한 사람을 만나는 사실이 너무 큰 위안이었습니다

 

물론 위에 적었다시피 사겼다 헤어졌다를 한 6번은 반복했던 거 같아요

너무나도 많은 문제가 있었죠

장거리 연애도 그렇고 (서울-충청), 나이 차이도 그렇고, 엄청나게 많은 사건과 문제가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둘 다 돈이 너무 없었어요

 

저는 월화수목 학교 다니고 금토일 일했습니다

월요일이랑 수요일은 학교 근처에서 자고, 근처에서 일했습니다

일주일에 5일 일해서 버는 돈은 한달에 100~120만원이었는데,

차비에 식비에 생활비 쓰고 빚 갚고나면 제 용돈으로는 10~20만원 정도 남았던 거 같아요

그 돈이면 그때 당시에도 데이트 한 두 번 하면 없어지는 돈이었죠

 

그때 그 친구는 고등학생이었으니...

돈이 있을리가 없고 당연히 데이트비용은 제가 내야하는게 맞는 건데 저도 돈이 없으니

그때 저랑 그 친구랑 돈 없이 같이 할 수 있는 건 게임 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데이트 대신에, 서로의 집에서 시간만 되면 같이 만나서 게임을 했죠

 

그리고 제가 취직하고, 그 친구가 대학교 가고 나서도 그게 반복이었습니다

다른 건 그 친구가 알바해서 돈을 벌기 시작하고, 동아리 활동 하면서 사회생활 하면서 생겼죠

그 친구가 사람 좋아하고 술을 좋아하더라구요~ 

아마 제가 특별히 말씀 안드려도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다 뻔히 그려지실 거 같으니 더 적지 않겠습니다

 

그래서 싸우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반복하다가...

저는 졸업하자마자 서울에 있는 좋은 직장 (공기업) 에 칼 같이 취직했고...

그 친구는 집 근처에 국립대 대학에 간신히 턱걸이로 입학했으니...

누구 하나가 자신의 상황을 버려두고 갈 수 가 없는 거에요

서로 포기할 수 없는 것 때문에 도저히 현실적으로 타협이 안되니까...

다시 같이 게임하는 시간을 늘리자로 타협이 되더라구요

 

가족들이나 친척들이 저를 봤을 때 제가 어떻게 보였을까요?

시간 날 때마다 게임하는 놈이었겠죠

 

사촌형제 중 한 명한테 제 속사정을 얘기한 적이 있습니다

헤어지는게 맞지 않아? 라고 하더라구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겠지? 내가 얼마나 사랑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거겠지? 현실적인 문제만 중요한 거겠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그 다음부터는 가족들한테 아무 얘기도 안했습니다

 

그래서 제 20대를 돌아보면 

전여자친구랑 게임한 시간이 제 20대의 1/3을 차지하는 거 같아요

걔한테도 저한테도 좋은 선택이 아니었던 거 같아요

 

군대 갔다오기 전에는 원래 제가 게임을 좋아했는데

그 친구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을 겪으니 

이제는 컴퓨터 게임을 아예 안합니다

 

헤어지게 된 계기는 전혀 현실적인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하면서 금전적으로 많은 여유가 생기고

그 친구는 그때 4학년이었고 저한테 자소서를 한참 물어볼 때였어요

 

그냥 제가 어느 날 밤에 툭 하고 그 친구에 대한 사랑이 식어서

조용히 그만만나자는 톡 하나 보내고 알았다는 대답 들은 후 싹 다 차단하고 끝났습니다


한국에서 돈 없는 커플이 겪는 수모를 전부 다 겪었다면 너무 과장이 심할까요?

그 친구랑 헤어지면서 그냥... 결혼하지 말아야지...

만나면서 너무너무 고생이 많았던 거 같다

그런 생각이 들어서 어제는 밤 늦게까지 잠 못이루고 뜬눈으로 새벽까지 밤을 새웠네요

 

이제는 가난하지는 않아도 마음이 참 가난한 사람이 된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슬프네요

어렸을 때 삼십대 중반이면 집있고 차있고 결혼했고 애 있을 거 같았는데

집이랑 차는 있네요. 전세긴 해도, 중고차긴 해도...

결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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