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전에 부모님께서 조용한데서 살고 싶다고 하셔서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왔어요. 텃밭도 원하셔서 마당에 군데군데 이것저것 심어놨어요. 때문에 사람이 다니는 길이 꽤 좁아졌어요. 텃밭 정도를 가꿨으면 남는 시간에는 잡초만 가끔 뽑아주며 여유롭게 생활하는 일만 남았을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제 생각과 달리 부모님은 그야말로 일 중독이었어요. 가족이 먹을것만 심은것도 아니고 지인들에게 나눠줄것까지 심었어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계절마다 나머지 3계절치 농작물을 매년 심고 수확해야 했어요. 그리고 마당의 구조를 자주 바꾸기도 하고 있어요. 적당히 마치고 여유를 갖자고 해봤지만 아무 소용없었어요. 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자기 전까지 시간이 있다며 마당일을 해야했고 야간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면 여기는 회사가 아니라 집이니까 라는 의미로 마당일을 해야했고 또 그렇게 하고 있어요. 도저히 부모님께서 쉬는걸 볼 수 없었고 저도 제대로 쉬어오지 못했어요. 이런 생활이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되풀이되는것에 지친 저는 가끔 마당일을 일부러 안 도와드리곤 해요. 그러면 부모님께서는 한사람치 일이 비었다며 한사람 공백을 메꿔야 한다며 일을 하시고 그렇다고 제가 일손을 도우면 일하기가 한층 더 수월해졌다며 다른 일을 시작해도 되겠다면서 새로운 일을 또 시작해요. 말하자면 전혀 일을 끝내지 않으시는거죠. 암 수술도 하셨고 관절도 약해지셨고 이제 환갑도 안 되셨는데 무리하지 말라고 하면 "내가 죽으면 그만둘게"라는 말씀만 하세요. 용돈이라도 드리면 농업에 사용하는 물건만 구매하는데 그렇다고 마당이 다른데보다 꽤 정돈된 편은 아니에요. 이사온지 오래된집 치고는 여기저기 끝없이 손질만 하는 바람에 어수선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도시로 나가기도 버겁고요. 마당 넓은 주택의 일상은 잡초제거 등 여러가지 일이 많다는건 진작 알고 있어요. 하지만 여유없이 일만 하시는 부모님을 보면 너무나도 답답해요. 평일이면 퇴근했기 때문에 마당일을 해야되고 주말이면 마당에 있을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기 때문에 마당일을 더 해야 한다는 방식 그 뿐이라서 너무 답답해요. 이해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많이 원망스럽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