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전역자입니다.
혹시 우도라고 들어보셨나요...
제주도 근처에 있는 관광지 우도 말고 서해의 우도...
이런 곳입니다.
천안함, 연평도 포격 등등 여러 일로 시끄러웠을 때마다
서해 5도를 언급하는데 그 중 하나입니다.
(서해 5도를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 연평도..+ 서해의 아무 섬이나 갖다 붙여서 알고 있는 사람도 있는데 우도입니다.)
해군과 해병이 함께 근무하며 섬이 워낙 작아서 한 바퀴 도는데 얼마 걸리지도 않는 무인도입니다.
당연히 민간인은 없지요.
이곳에는 전설같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먼 옛날, 썰물 때 북한군이 내려와 자고 있던 병사들 목을 모조리 따갔다.. 하지만 한 명은 거꾸로 자고 있어서
목이 따이지 않아 살았다 라는 이야기입니다.
저도 정확한 진상은 모릅니다만, 옛날에 북괴가 침투하여 당시 근무중이던 병사들이 죽었다.. 라는 것은 사실이고
거꾸로 자서 살았다.. 목을 다 땄다..라는 건 루머인 걸로 압니다.
저는 해군으로 이곳에서 근무했는데, 한번 들어오면 웬만큼 사고를 치거나 운이 좋지 않는 이상 전역할 때까지
근무지를 변경할 수 없는 악명 높은 장소였습니다. 썰물때 북한군이 내려온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막상 썰물 때 바다를 보니
...진짜로 북한까지 걸어 갈 수 있는 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불타버린 생활관이 하나 있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고 낮에도 내부가 어두운데다가 야간순찰 때 이 폐생활관 안에도 찍어야 하는 도장이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지요. 귀신이 나온다.. 어디에 가면 손전등이 꺼진다.. 여러 말들이 많았습니다.
어쨌든, 우도에는 해군과 해병이 같이 근무를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있었을 때는 서로 생활을 터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하역작업 정도만 같이 돕고 따로 근무했던 걸로 압니다.
하지만 여름과 겨울.. 바다가 얼고(바다는 얼지 않는 것으로 알았는데 강에서 떠내려온 것인지 얼음이 떠내려옵니다.)
태풍이 들이닥치는 계절 이곳에서 근무하는 장병들은 위기에 빠집니다.
식량 부족.
보통 식량은 한 달에 한 번인가 두 번 정도 배편으로 넣어주는 걸로 기억하는데,
여러 이유로 배가 뜨지 못하면 제때 식량이 공급되지 않아 고생을 합니다.
밥-> 라면-> 죽-> 미음
대충 이런 순서로 식사메뉴가 다운그레이드 되는 마법.
이건 지리적 위치와 날씨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라 지금도 여전할 거라 생각합니다.
이렇게 제대로 못먹고 있을 때 배가 들어와 식량을 주면 정말 좋지만,
못 먹은 상태에서 하는 하역작업도 무진장 힘듭니다.
우도는 접안지에서 생활관까지 비탈길이 장난이 아니거든요.
...두서 없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전역한지 오래 된 지금은 어렴풋이 떠오르는 추억이 되어버렸네요.
처음에는 무인도라는 특성상 가혹행위도 심하고 생각도 못한 식량부족 사태도 일어나고
훈련보다 많은 실전 전투배치를 붙고... 여러가지로 힘들었지만
나중에는 부사관들이랑 형동생 할 수준으로 친하게 지내고
낚시도 따라가고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내려오는 탈북자들도 보고 -_-;;
재밌었다고 생각합니다.
서해에 무슨 일이 일어나면 연평도 백령도만 떠올리지 마시고
우도라는 조그만 무인도에서도 해병, 해군들이 열심히 근무를 하고 있다...라는 거
알아주세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