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이가 변변찮았던 아버지,
카드 무서운 줄 모르고 카드를 써 재꼈던 어머니
덕분에 우리집 형편은 넉넉하지 못했다.
그래도 부모님은 우리를 사랑했고,
나랑 동생은 그런 부모님이 고생을 덜하길 바라며 열심히 학창시절을 보냈다.
덕분에 나도 동생도 남들보다는 조금 이른 나이에 취업이 되었다.
나는 많이 벌진 않아도 솔직히 남들이 부러워하는 그런 직종에 취업했다.
그렇게 취업을 하고 6년 정도가 되었고, 이제는 금전적으로 쪼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에게 남은 건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는 것만 남아있었다.
근데, 사람 바보 되는 건 한 순간이더라.
보이스피싱 당하는 사람, 자살하는 사람들이 인제서야 진정으로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보이스피싱으로 전재산을 뜯겼다.
대출까지 받아가며 돈을 갖다 바칠 땐 내가 금방이라도 부자가 될 줄
알았다.
이 와중에 빚이 9천이다.
부모님은 넉넉한 분이 아니시다. 우리 형제가 돕지 않으면 노후를 감당하실 수 없다.
동생은 열심히 잘살고 있다. 그런데 부모에 이어 형까지 얹어 동생의인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도와달라 말하고 싶지 않다.
사기당했다는 걸 깨닫고 나니 심장이 망치 같은 걸 맞은 것처럼 쿵했다.
자살하는 사람이 왜 나오는지 이해가 됐다.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무서울 때 사람은 죽음을 택하더라.
가족한테 말하지 않고, 친구한테 말하지 않고, 직장에 알리지 않고 지금과 같은 생활을 하며 빚을 갚을 수 있을까? 내가 전처럼 웃으면서 살 수 있을까? 내가 이 연극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 못한다. 나를 바보취급하는 눈빛이 상상되고, 나를 동정하는 눈빛이 상상되고, 나를 무시하난 눈빛이 상상되니 무서웠다.
거기에 내 6년의 시간이 날아간 데에 대한 허무감과 절망감.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죽음의 경우를 조사했다. 최대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방향으로....... 최대한 아프지 않은 방향으로......
스팟을 검색하고, 동선을 짜고, 콩알만큼 남은 재산을 어떻게 처분해서 부모님한테 넘겨야 할지 고민하고. 내 빚이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넘어가진 않을지 알아보고. 어느 시점에 내가 세상에서 사라져야 남들이 나로 인해 피해를 조금이라도 덜 받을까 시기를 조정했다.
그러다 죽는 게 억울했다.
그래서 일단은 나 등쳐먹은 이 사기꾼을 일단 신고할 거다.
어떻게든 돈을 마련해서 변호사 선임해 놀거다.
계산해보니 빚을 청산하고 내가 사기 당하지 않았을 때 가질 부를 회복하기까지
5년 걸리더라.
앞으로 5년간 나는 밥은 회사에서 주는 걸로 때우고
주말은 굶는다. 휴일도 굶는다.
친구는 없다. 연애도 없다.
부모님은 조금씩이라도 챙긴다.
5년이라..... 할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출을 갚아 나갈수록 이자를 덜내도 되니 조금씩은 형편이 펴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많았던 친구들을 잃을거고, 결혼해서 평범한 가정을 꾸린다는 내 꿈은 망가지겠지만....
5년만 견디고 버티면 다시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정리되자
근 10년만에 이 오유에 글이 올리고 싶어졌다.
바쁘단 핑계로, 더 재밌는 게 많단 이유로 외면했던 커뮤니티.
여기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나의 이 어디에 말못할 억울함과 고통, 괴로움을 털어놓으면 조금은 편해질까봐서이다.
할 수 있을 거라는 격려가 필요해서다.
저에게 다 잘 될거라는 응원을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