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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말기 외국인 기록 중 가장 인상깊었던 거.txt
게시물ID : humordata_18009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istaPro
추천 : 24
조회수 : 3009회
댓글수 : 17개
등록시간 : 2019/02/23 15: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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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년 경 조선을 방문한 독일인 기자, 지그프리트 겐테의 여행기.

헐버트처럼 조선에 애정을 갖고 오래 머무르는 케이스가 아니라면, 서양인들의 조선을 보는 시각은 아무래도 좀 아래로 깔아보는 경향이 강한데, 겐테는 잠깐 조선을 여행하다 간 사람치곤 상당히 열린 관점을 보여줌.

아래는 책에서 나름 인상적이었던 내용들을 모아본 거.



조선의 조랑말은 못생기고 성질도 지랄맞고 따뜻한 여물 아니면 안 처먹어서 여물 쑤느라 여행을 지체시킨다고 깜(이건 이전에 조선을 여행했던 이사벨라 버드도 마찬가지). 다만 이후 산길을 한 번 이용해 보더니 '와, 내가 중국 산악지대에서 짐 나르는 노새들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는데, 조선 말은 더 쩌네ㅋㅋㅋ 이 새끼들은 따뜻한 콩죽 먹을 자격이 충분함ㅋㅋㅋㅋㅋ' 하고 칭찬함.


조선을 여행한 외국인들은 대개 조선인들이 이방인들에게 무례할 정도의 호기심을 드러낸다고 불쾌함을 드러내는 기록을 남긴 반면, 겐테는 '딱히 서양인에게 악의를 갖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그냥 서양인이 신기해서 구경하고 관찰하는 건데 뭘. 우리도 조선인들을 관찰해대고 때때로 조금 무례한 질문도 하고 그러잖아? 이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야지' 하고 쿨하게 넘어감.


많은 서양인들이 조선인들을 더럽고 불결하다고 까는 것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입장을 보였는데, '조선인들(특히 양반들)은 나름대로 깔끔하고 옷도 자주 갈아입던데? 여행가들이 대충 노동자나 머슴 따위만 보고 그 민족을 비위생적이고 불결하다고 평가한 것 같은데, 그런 식이면 우리 독일인이라고 다를 것 같음?' 정도로 서술함. 다만, 그러면서도 중국인들은 짐승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불결하다면서 깜.


한 프랑스 선교사와 만났을 때, 그 선교사는 조선인들의 불결함에 대해 쉬지 않고 떠들어댐. 그러나 겐테는 그 선교사가 조선인보다도 훨씬 더럽고 냄새나고 비위생적이라 생각했고, 조선에 오래 머무르고 있으면서도 조선말 한 마디 못하는 이런 인간이 주제넘게 원주민들을 평가해대는 글을 쓰고 출판해댄다며 비판적 태도를 보임. 그리고 서양의 학자들이 그런 수박 겉핥기식 글들을 읽고 이상한 선입견을 가지게 될까봐 우려함.


비구니를 보고는 '여성적인 매력이 없는 초라한 모습에다, 아무리 외로워도 끌리지 않을 숲 속의 마녀처럼 주름투성이의 얼굴'이라고 평가함. 그러나 조선의 비구니가 음란하다는 평판은 기독교인들의 왜곡으로 여김.


금강산 유점사에 머무르면서, 너무 아름다워서 떠나고 싶지 않다고 아쉬움을 표함. 여기 스님들은 겐테에게 온갖 호의를 베풀었는데, 신기한 꽃을 꺾어오거나 개똥벌레를 잡아와 보여주기도 하고, 자기 몫의 아침 식사를 나눠주려 하기도 하고, 귀한 책과 그림 등을 선물로 주기도 함. 겐테가 답례를 하려고 하자 모두들 '딱히 필요한 물건도 없고 돈 쓸 일도 없으니, 그냥 우리가 준 책을 소중히 간직해주면 고맙겠다'며 한사코 거절함.


온돌이 매우 훌륭한 난방도구이고 중국식 난방도구인 캉보다도 우월다고 평가하지만(일본은 아예 변변한 난방시설이 없다고 봤고), 여름에까지 온돌을 덥히는 걸 보고 '온돌에 자부심이 너무 쩔어서 저러나;;' 하면서 안 그래도 부족한 산림자원이 훼손되는 것을 안타깝게 여김.


다른 외국인들과 마찬가지로, 고종과 만나본 뒤 그의 인상이나 태도에 대해 찬사를 남긴 반면, 순종은 박하게 평가함. 확실히 고종의 개인적인 매력은 치트급이었던 듯. 다만 고종이 자기에게 훈장을 내려주니까, '어? 뭐지? 내가 조선에 공을 세운 게 있었나?' 하고 당황함.


춤이야말로 온국민이 소중히 여기는 진정한 조선의 전통놀이라고 평가. 겐테에겐 조선 기생의 춤이 인도나 자바, 이집트 무희들의 관능적인 춤보다 취향에 맞았던 듯함.


조선의 여성 인권에 대해선 몹시 비판적이어서, '철없는 독일 여자들 중에는 대한제국 황제와 결혼하고 싶어하고 한국에 편지를 쓰는 사람들도 보이던데, 황제가 그 편지를 안 읽어본 걸 다행이라 여겨라'라고 서술함.


한라산 등반 도중 짐꾼들과 안내인이 우연히 마주친 나무꾼들을 몽둥이로 패고 끌고와 짐꾼으로 부려먹음. 겐테가 어이 털려서 질책하자 '디스 이스 제주 스타일!'이라고 대답.


한라산의 몹시 추운 동굴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일꾼들에게 몸 좀 데우라고 코냑이랑 담배를 나눠주니까, 순식간에 분위기 훈훈해지고 짐꾼들 사이에서 겐테의 평가가 떡상함.


조선인들은 중국인들이나 티벳인들보다도 훨씬 잔인하고 끔찍한 고문의 대가라는 글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제주도의 감옥과 고문기구들을 살펴본 뒤 '잔인한 고문기구들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중국보단 훨씬 인간적이고 감옥 안 죄수들 분위기도 괜찮던데? 이전의 기독교 박해 때문에 과장이 좀 심하게 된 것 같네' 하고 평가.



저자인 겐테는 조선에서 돌아온 직후 분쟁지역인 모로코에 특파됐는데, 정세가 악화되자 독일로 돌아갈 준비까지 마쳐놓은 상태에서, 잠깐 산책 나갔다가 실종되고 정확히 1년 뒤에 시체로 발견됨.
출처 에펨코리아, 순욱문약님
https://www.fmkorea.com/best/162238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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