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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모르고 어리숙해서 안타깝지만 그것도 젊은 시절의 나
게시물ID : gomin_18019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Zoa
추천 : 3
조회수 : 164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4/06/28 10: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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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전 지잡대 다니던 중 휴학하고 알바하다가 입대 준비 및 퇴학신청을 하기 위해 8개월만에 찾은 학교를 찾았다.

날은 화창했고 오히려 더운 느낌인 시간, 학교앞 횡단보도에서 여자경찰 분이 교통정리를 하고 계셨다.

자세히보니 수화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한 경찰학과 여자사람 친구였다. 과도 다르고 경찰학과 남자학생들의 견제로 그렇게 친하게는 지내지 못한 친구로 기억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학기 중 현장실습 개념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 같았다.

그친구는 어린 나이지만 외부 실습업무이므로 진지하게 유니폼도 입고 화장도 해서 그런지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오히려 화장한게 아직 앳된얼굴의 그녀와 잘 어울리지 못했다. 일부러 더 나이들어 보이려는 몸부림처럼 보였다.

 

그 화장한날 우린 학교앞 횡단보도에서 만나 서로 깜짝 놀라 반가워 하고 요즘 생활은 어떤지 물어보며 10분정도 대화를 이어갔다.

생각해보면 외모 기준 평균미달에 키도 173정도 크지도 않은 내게 얼굴이 하얗다고 자주 말해주었다.

앞서 말했듯이 경찰학과 남자학생들의 견제가 있지만 그녀는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회식) 기간동안 계속 말했었다.

당연하게도 같은 학교라도 학과가 상이한 우린 서로 겹치는 강의, 공간, 시간 없어 더 깊게 알지 못했고 이후 서로의 사랑을 만나 CC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 기억에 여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경찰학과라 그녀는 매우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난다. 외모도 약간 서구적인 눈매로 이를 뒷받침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화장한날 우린 대화를 마무리하고 난 그 길을 건너 버스터미널로 가려고 했다. 그 순간이 20년이 넘는 기간동안 가끔 떠오른다.

사실 난 그녀에게 어떠한 감정도 없었고, 또한 여자의 심리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풋내기여서 정말이지 몰랐다. 정말 몰랐다.


기억난다. 그녀는 가끔 나에게 말했다. 아니 만날때 마다 말했다.

그녀 : "난 너처럼 피부 하얀게 부럽다. (지역 사투리) 어떻게 하면 남자 피부가 그렇게 좋냐?"

나 : "피부가 그러면 뭐하냐. 얼굴이 이모양인데. 미치겠다 이 얼굴 ㅋㅋㅋ"

그녀 : "내가 보기엔 괜찮은데?"

나 : "어...... 장난치네. 그런다고 내가 기분이 좋아지겠냐. 20년 같이 해온 내얼굴, 내가 잘안다 ㅋㅋㅋ 못난이 얼굴ㅋㅋㅋ "

그녀 : "난 괜찮은데?"

나 : "어....?? 그래 고마워 ㅋㅋ"

 

곧 횡단보도 빨간불이 초록색으로 바뀌는 시점이 왔다. 난 그녀에게 잘 지내고 다음에 기회되면 또 보자라고 말을 건네고 그녀도 그러자고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퇴학처리하고 온 내가 거길 다시 왜 가겠나? 에휴...한심

횡단보도 초록색이 들어오는 그 순간 그녀의 눈빛이 흔들리고 입술을 깨문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난다.

서로 경험이 없고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다.

지금같으면 바로 "너 실습 끝나면 이따 저녁에 밥이라도 먹자" 라고 했을텐데, 정말 풋내기처럼 난 그냥 떠났다.

외부 실습하느라 고생하는 친구에게 시원한 음료라도 사다주고 앉아 쉬면서 얘기를 좀 하던가... 에휴...한심

 

버스를 타고 그녀가 횡단보도에 서서 나를 바라봤고 나도 그녀를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렇게 우린 다시는 만나지 못했고 잊혀졌다.

만약 우리가 만남을 이어갔다면 또다른 길이 열렸겠지만 결국 우린 서로에게 상처주는 시간과 경험을 나눴겠지. 다른 사랑들 처럼...

 

어이없고 우습게 지나간 시간이지만 가끔 떠오르는 걸 보면 지금은 그 어설프로 풋풋한 시간들이 그리운가 보다.

그만큼 지금은 난 떄가 많이 묻은 거라 생각한다. 때가 넘쳐나 검은색으로 된거 같다.

 

그래서 더더욱 그 시절, 그 순간이 가끔 떠오른다.

그 풋내기 횡단보고 순간은 계속 나와 함께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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