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있다가 스타트업 왔는데(곡절은 편하게 추측해주세요 그건 어차피 곁가지니까), 생리에 적응을 못하겠습니다 쉽게말하면 이 스타트업이 보육기업이라서 공용공간(sparkplus) 같은 데 입주해 있어요. 공모해서 들어오는 시스템이거든요. 당연히 운영기관의 장이 있지요. 근데 이 기관장께서 (제가 보기에는) 좀 알아주는 꼰대십니다ㅎ
뭐 잡스러운 행사를 많이 주최해요, 수시로 보육기업 사무실 문열고 들어와 염탐하는 건 예사구요. 연락도없이 들이닥쳐 한참을 떠들고 가는데 그게 대부분 자랑입니다. 너희에게 사무실을 제공하는 내가 왔으니 눈치봐라 이거지요
스타트업이다 보니 연령층이 젊어서 더 그런가도 싶은데, 은근슬쩍 반말에 본인 사비를 들여 주최했네 어쨌네 유세 듣기 싫어 죽겠더라구요. 근데 우리 상사가(저보다 두살 어리시고 30대) 이 스타트업의 임원급이신데 이분이 어쩔 수 없이 그 운영기관장 눈치를 많이 봅니다
저는 아직 신입이고, 신입답게 매일이 우당탕탕인데 업무 속도도 느려서 많이 고생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그 잡스런 행사의 일환으로ㅎㅎ 친히 주최하시고도 뭔가 불안했는지 또 사무실에 들이닥쳐 참여 독려를 하셨는데요. 쉽게말해서 제가 그 행사를 빠졌습니다. 일이 많다고 핑계 대고요
상사께서 표정이 안좋으시더라구요. 오늘 해야할 일이 많냐고 물어도 보시고. 손바닥만한 스타트업에서 서로 하는일 다 꿰고 있는데 무슨 할일이 많겠습니까. 내가 뭉개는걸 나도 알고 상사님도 알고.
그래도 어째요. 한주 마감하는날 저녁에 행사 잡아놓고서 강제로 나와서 재롱을 피우라는데ㅋㅋㅋ 거하게 차려놓고 부르는 것도 아니고 별 주는것도 없이 와서 머릿수 채우라는 그런 행사에.. 제가 왜 갑니까. 그래서 죄송하지만 참여 어렵겠다고 했어요
이런 신입 너무 싫으신가요? 저는 제가 계약직이고 이 회사에 뼈를 묻을 것도 아니고, 그 운영기관장님을 잘 구워삶아 아부하고 우리 회사가 방빼고 나앉지 않도록 눈치보는 게 상사님의 업무 영역이라 봅니다. 그러라고 돈 더 받는 거잖아요
물론 부하직원으로서 피차 싫은인간 눈치보고 재롱피러 가는데 이 한몸 불살라 체면 좀 세워주면 좋겠지만.... 그건 상사 생각이고 실상 그렇게 무리해 봐야 알아나 주겠습니까. 근데 아무리 봐도 우리 상사님이 기분이 영 아니어 보이시네요. 불참 사과도 드렸는데 읽씹 하시고.
저 이미 눈밖에 났을까요? ㅎㅎ 대기업은 R&R이 나노단위로 되어 있어 행사가 있어도 누구하나 빠지는거 티도 안났는데 스타트업은 업무 외적인 일까지 스트레스를 주니 참 쉽지 않네요. 이미 공모 성공해서 입주해 있는데 그거 심기좀 거슬렀다고 어떻게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