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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는 내 로맨스를 어떻게 망쳤는가
게시물ID : readers_18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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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 39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15 00:10:10

할리우드는 내 로맨스를 어떻게 망쳤는가

 

난 안젤리나 졸리의 팔꿈치를 애무해본 적이 있다.

 

2000년대 초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나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Entertainment Weekly)사의 기자였고, 몬트리올로 날아가 영화 <테이킹 라이브즈(Taking Lives)>를 촬영 중이던 졸리씨와 만나 점심을 먹으며 잡지의 메인 기사를 위한 인터뷰를 진행했었다.

 

5성급 호텔 레스토랑에서 이 엄청난 스타가 스테이크를 썰고 있는 모습을 보는 동안, 그녀는 내게 예전에 스턴트를 진행하다가 뼈가 부서진 이야기를 해주었으며, 아직까지도 그 뼈 중 일부가 피부 속에 박혀 있다고 말해주었다. 얘기를 마친 후 그녀는 갑자기 쥐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고 나의 손을 잡으며 그녀의 팔꿈치로 나를 초대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그녀의 팔꿈치를 만지작거리면서 부서진 뼈 조각이 정말로 존재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거의 기절할 뻔 했다.

 

물론, 대부분의 남성들은 거의 매일같이 영화배우들과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대부분 무대라는 안전장치 내에서만 이루어질 뿐이다. 하지만 연예부 기자였던 나는 팔꿈치를 만지는 것에 그치지 않을 수 있었다. 내가 한 행위는 애무가 섞인 접촉이었다.

 

지난 20년 동안 나는 레스토랑에 앉아 미셸 파이퍼, 할리 베리, 니콜 키드먼, 줄리아 로버츠와 같은 여배우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는 데이트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런 여성들이 음식을 씹는 모습을 보는 것은 내가 나의 직업을 사랑하는 이유였다. 여기서 문제는, 내가 비유명인 여성들과 함께 하는 데이트에서 역겨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예전에 노라 에프론은 로맨틱 코미디가 여성들로 하여금 사랑과 연애에 대한 비현실적인 꿈을 갖게 한다는 유명한 말을 남긴 적이 있다. 내 직업은 내게 그녀가 말한 현상에서 다소 변형된 희귀병을 안겨주었다. 내 머릿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것은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라 그 속에 출연하고 있는 여성들이었다. 내가 사랑과 팬심의 차이를 알게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으며, 그 기간 동안 나는 스타들이 흩날리는 반짝거림에 눈이 멀어 있었다. 똑바로 판단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영화 <달콤한 인생>의 마르첼로 마스트로야니처럼 나는 트레비 분수까지 아니타 에크베르크를 쫓아다녔지만, 내게 남았던 것은 젖은 바지자락일 뿐이었다.

 

할리우드 서열에 따르면 기자들은 촬영 기사와 밥차 운전사 중간 쯤의 위치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실 스타에게 구애한다는 것이 영화로운 일임을 알고 있었다. 1998년 개봉된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셀러브리티에는 항상 민망하게 만드는 장면이 하나 있다.

 

영화 속에서 케네스 브라나흐라는 이름의 기자는 멜라니 그리피스가 연기한 영화 배우를 인터뷰하고 있다. 그녀는 갑자기 그의 바지 지퍼를 내리더니 성적 행위를 시작한다. (“내 몸은 내 남편 것이에요.”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내 목 위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는 별개의 이야기지요.”)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백만 년이 지나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혹과 인터뷰 사이에는 단지 얇은 경계선만이 존재했으며, 내가 그 경계선을 파악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배우들은 전문적으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은 기자들을 자신처럼 만드는 데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초짜 기자는 물론 베테랑 기자들까지 그들의 추파는 견디기 힘들 것이다. 가끔씩 그 얇은 경계선이 매우 모호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나는 실제로 내가 인터뷰한 스타와 데이트를 한 적이 있다. 적어도 나만큼은 그것을 데이트라고 여겼다. 물론 그녀의 이름은 말하지 않을 거다. 나 외에 다른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는 건 원치 않으니깐. 20년 전 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나는 그녀와 선셋 대로에서 처음 마주한 채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그녀가 내가 할리우드에서 본 생물체중 가장 밤비(오스트리아 작가 Felix Salten의 동물 소설; 그 주인공인 아기 사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녀에게 홀딱 반했고, 그게 어느 정도였냐면 집에 돌아가 문장 사이사이에 데이트를 신청하는 뉘앙스의 기사를 썼을 정도이다.

 

심지어 그녀는 답을 해줬다! 기사가 나가고 그녀는 나에게 (정확히 말하자면 그녀의 홍보담당자였지만) 감사의 뜻을 전하며 저녁에 초대하겠다고 전화를 주었다. 우리는 브렌트우드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만났고, 그녀는 우리가 인터뷰를 위해 처음 만났을 때처럼 아름답고 연약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나는 나의 밤비가 몇 가지 문제를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이게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는 거 알아요.” 그녀가 저녁식사 도중 말을 꺼냈다. “저는 전화 통화에 대한 포비아가 있어요. 물론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도움을 받고 있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당신도 아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나한테 전화할 수도 있으니까.”

 

그녀가 매우 고통스러운 듯 말을 꺼냈기 때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연예인과 데이트를 한다는 것이 어쩌면 지옥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우리가 주차장에서 작별인사를 나누는 동안 밤비는 내 팔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우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서로를 안고 있었다. 물론 나는 키스를 하기 위해 마음을 서두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 번도 스타를 품안에 안아본 적이 없었고, 이 사실은 나를 꽤 긴장하게 만들었다. 내가 신호를 제대로 못 읽고 있는 것일까? 이건 그냥 단지 플라토닉한 특별 허그인 것일까? 따위의 생각을 하면서.

 

내가 이렇게 망설이는 동안 우리의 시간은 지나가버렸고, 그녀는 나와 연락을 끊었다. 나는 다음날 그녀에게 음성 메시지를 남기며 전날의 데이트에 감사를 표하고 애프터를 신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메시지에 응하지 않았고, 나는 계속해서 며칠 동안 그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노력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내가 전화 포비아를 겪고 있는 연예인을 전화로 스토킹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치던 그날까지.

 

연예인과의 진짜데이트 경험을 통해 나는 비연예인 여성들과의 데이트에 조금 더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일반적인 데이트에 대한 장점을 깨닫게 된 것이다. 레스토랑에 도착하기 전에 질문들을 적을 필요가 없었다. 무엇보다, 나는 낯선 이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야만 하는 내 직업이 사실 매우 로맨틱한 데이트 기술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자신을 부각시키면서 여성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려고 한다. 하지만 고맙게도, 나는 더 좋은 방식을 배울 수 있었다. 많은 질문을 하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문에 대한 대답들에 경청하는 것이다. 비유명인들은 나의 이런 대화 방식을 좋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조금씩 긴 연애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중 일부는 심지어 한 달 이상을 가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영화배우의 존재는 내 연애에 방해 요소가 되곤 했다. 여자 친구들은 내가 여자 연예인을 인터뷰 한다는 사실에 매우 불안해하며, 내가 인터뷰를 하는 레스토랑 옆 테이블에 앉아 나를 감시하겠다며 장난스럽게 말하곤 했다.

 

그럴 때 마다나는 여자 친구들을 안심시키며 인터뷰는 단지 내 직업일 뿐이라고 설명을 해야 했다. 의사와 마찬가지로 직업적인 이유로 옆에 붙어있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억을 되돌려 보면 그녀들의 질투는 사실 매우 당연한 것이었다. 여자 연예인들과 식사를 나눌 때 마다 내 심장 박동 수가 빨라졌던 것은 사실이니깐. 나는 여전히 그들의 작업하는 듯 하는 멘트에 떨려했고, 꾸며진 친밀감과 가짜 유혹에 넘어 갔다. 그들과의 대화를 얼마나 즐겼냐면, 집에 와서 죄책감을 느꼈을 정도였다. 내가 바람이라고 핀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다.

 

어쩌면 바람을 핀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다른 측면에서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속 남자들에게는 항상 완벽한 여성이 존재하고, 그들은 상황이 어떠하던 간에 서로를 찾게 된다. 하지만 나는 40대에 들어선 미혼 남성이었다. 완벽함에 대한 추구가 내 인생을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갖고 있던 로맨스는 말도 안 되는 상상과 판타지로 꾸며져 있었고, 할리우드 액션 영화과 현실간의 차이만큼이나 괴리감을 보였다. 나는 내가 혼자 늙어가다가 녹음기와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잡지만 잔뜩 남겨놓은 채 홀로 죽게 되고 사랑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완벽한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2002, 나는 액션 영화 <XXX>의 인터뷰를 위해 프라하를 방문했다. 사운드 스테이지에서 15분에서 20분 정도 빈 디젤이 테러리스트 기지를 바주카로 폭격하는 장면을 보다가 그녀를 발견하였다. 음향 장비 위에서 체코어로 된 책을 읽고 있던 그녀는 꿀 색 금발과 초록색 눈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그녀의 광대뼈를 보고 나는 당연히 그녀가 영화배우 중 한명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영화 홍보 담당자에게 돌아가 그녀를 인터뷰해도 되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배우가 아니에요.” 눈을 굴리면서 그는 말했다. “그녀는 통역사에요.”

 

그래도 나는 그녀를 인터뷰하였다. 함께 구시가를 걸어 다니고 찰스 다리를 건넌 우리는 프라하의 한 카페에서 베체로브카를 마셨다. 그녀는 본드 영화에 나오는 여주인공 같은 슬라브 발음을 갖고 있었지만, 직업이 통역사인 만큼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였다. 물론 표현력에는 조금 부족한 부분이 있긴 했지만 (“, 마치 차이나타운 속 코끼리가 된 기분이군요!” 맥주를 흘리면서 그녀가 했던 말이다.).

 

그녀와 마주 앉았을 때 나는 연예인들과 마주했을 때와 같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번에 받은 인상은 가짜가 아니었고, 꾸며진 것이 아니었다. 우리는 책, 영화, 음악 그리고 각자의 성장과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저녁을 먹으면서 그녀는 즐거운 표정으로 포크와 나이프, 소금과 후추 등이 체코어로 뭔지 알려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그녀는 키스가 체코어로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우리가 결혼한 지는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있다. 가끔 정말 운이 좋은 날이면 난 그녀의 팔꿈치를 애무하기도 한다.

 

출처: Modern Love

원문: How Hollywood Ruined Me for Romance, BENJAMIN SVETKEY, JAN. 23, 2014

http://www.nytimes.com/2014/01/26/fashion/how-hollywood-ruined-me-for-romance-modern-love.html?rref=collection%2Fcolumn%2Fmodern-love

번역: 0829 (blog.naver.com/0829_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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