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처음으로 길고양이를 묻어주었습니다.
공단에 개, 고양이 밥을 조금씩 놔주러 다니는 루트가 있었는데
그 루트에서만 보던 개가 그날따라 다른 길로 가며 자꾸 짖고 뒤를 돌아보고, 이리 와보라는 듯이 굴길래 처음 가보는 골목으로 들어가보니
건물 모서리에 가느다란 철근들이 마구 놓여있는 끄트머리에 한 고양이가 옆으로 누워있었습니다.
살아있었으면 하얀 털 바탕에 고등어 치즈 얼룩이 예쁘게 섞여 있었을텐데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회갈색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분명 어떤 사고가 있었고 나중에 거기로 치워진 듯한 모양새였습니다.
해가 떨어지진 않을 시간이라 집에 가서 새 수건과 박스와 종이 장갑 모종삽 등을 챙겨
인근 야산에 적당히 볕이 드는곳을 파두고, 처음으로 죽음의 냄새를 맡아보며 사체를 간신히 수습해서 묻어주었습니다.
우리 집에도 세 냥이가 있습니다.
그 아이도 딱 우리 냥이들만한 크기에 조금 마른 몸집이었네요.
그래서인지 더욱 안타깝고 마음이 저리고... 충분히 사랑받고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는 아이였을텐데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에 혼자 쓸쓸이 죽음을 맞이했다는 사실이 너무 슬픕니다.
어제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일들 투성이여서 황망한 상태였다면 오늘은 어제 표현하지 못한 슬픔이 어제치까지 다 몰려오는 듯하네요.
추운 겨울에도, 더운 여름에도, 굶어 죽고 사고가 나서 죽는 생명이 많을 것은 알지만
직접 목격한 죽음이 처음이라 이렇게 유난을 떨고 있는 걸까요.
평소처럼 게임을 하고 평소처럼 대화를 해도 , 비슷한 냄새만 맡아도 자꾸만 그 순간이 떠올라서 눈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인간인지라 곧 잊어버리겠지만 그래도 저 하나쯤은 이 아이를 오래 기억해줘도 괜찮겠지요..
부디 천국이 있다면 거기서 오래 행복하게 살고, 다음 생이 있다면 부자 사람으로 태어나서 사랑도 많이 받고 하고싶은 것도 다 하고, 가엾은 아이들을 많이 도와주렴.
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