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을 받은 것 같습니다.
모욕?
이 나라의 모두가, 박씨 한 사람에게.
아... 그런 거였구나. 가슴 한 켠에 찬 바람이 휭하니 지나가더군요.
지금 우리 국민이 느끼고 있는 보편적인 정서를 한 마디로 표현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는데,
미생을 단행본으로 볼 때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는데,
임시완과 이성민의 목소리에서 울려 퍼지는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면서,
'아...... 맞아... 그런 거였어. 우리 국민들이 모욕감에 쩔어 있구나. 타락한 정치를 혐오하는 것을 넘어 모욕감을 느끼고 있었던 거구나.'
이상하게도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드게에서 정치얘기 죄송한데, 그냥 묘하게 그렇게 들리더군요.
무기력하게 사는 느낌, 인간답게 살고 있지 못하다는 느낌.
착하고 정직하게 살면서 뿌듯하고 당당한 것이 아니라 모욕적이라고 느끼게 된다면,
이건 대체 어디서부터 수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어쩌면 박과장의 타락 역시 자신의 무기력함과 모욕감으로부터 자신의 자아를 지키려 했던,
일종의 비뚤어진 자기방어체계였던 걸까 싶기도 했구요.
아무튼, 영상물은 만화와는 차별화된 느낌을 던져 주고, 낯설게 보기를 가능하게 해줘서 새롭고 인상적이었어요.
미생 11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거 같습니다.
우리도 우리가 느낀 이 모욕감을 정의롭고도 파격적인 선택과 행동으로 날려버릴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