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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겁한 사회, 비겁한 정부
게시물ID : sisa_181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포도언덕
추천 : 2/3
조회수 : 29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05/12/08 16:11:55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 줄기세포 연구의 정직성에 대한 〈문화방송〉 ‘피디수첩’의 의혹 제기 여파로 사회가 시끄럽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법안에 관한 토론의 목소리도, 농업개방에 따른 농민들의 절망스런 외침도 잘 들리지 않는다. 또 8·31 후속 부동산 조처도, 평택기지 문제·의료개방·교원평가제라는 중대한 현안들도 묻히고 있다.
민중의 생존권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 실종되고 파묻힐 만큼, 이 사회는 황우석 박사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그의 입원 사실이 언론에 크게 실리는 한편으로, 논문사진 중복 등 의혹의 실마리는 풀리는 대신 더욱 엉키고 있는데, 진실은 아직 말하지 않고 있고 또 곧 말할 태세도 아니다.
과학자의 자존심이 언론에 의한 검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피디수첩 팀과 디엔에이 2차 검증을 약속하기까지, 그리고 그 약속을 파기하기까지, 언론의 장에서 벗어나 연구에 전념하지 못했는지, 연구자로서 언론 앞에서 늠름하지 않았는지 국외자로선 잘 납득되지 않는 부분이다. 언론이 과학자의 연구 업적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의 탐사보도는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가며 충분히 가능하며, 언론의 진실 추구엔 그 어떤 성역도 있어선 안 된다.
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여론은 지나치게 일방적으로 치우쳐 있다. 피디수첩 팀이 취재 윤리를 어긴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실제로 그들은 사회적 왕따를 당하고 있다. 문제는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식까지 왕따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상 그것은 행동이 있기 전에 생각을 품은 것만으로도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앞으로 한국인을 먹여 살린다’는 생명공학 신화의 주인공에게, 그 주인공에게 환호하는 사회에, 피디수첩 팀은 감히 의문을 제기했다. 그들은 적어도 비겁하진 않았다. 제보자에 의해 자신에게 던져진 물음에 충실한 것으로도 그들은 이미 왕따를 당해야 할 처지에 있었다. 마침내 그들에게 과오가 있었음이 밝혀졌고 사람들은 환호하고 있다. 
그러나 실은 놀랍지 않은가? 진실은 아직 말하고 있지 않은데, 물음 자체가 불온하므로 왕따당해야 한다니 …. 또 놀랍지 않은가?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명제를 일방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연구팀의 난자 편법 사용에 대해선 간단히 용인하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에 비해, 피디수첩에 대한 여론재판은 광고 해약사태까지 불러오고 있다. 또 놀라운 일은 사회가 이렇게 들끓으면서 극우적 양상마저 보이고 있는데, 정부가 무책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예단하여 의혹의 시각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그러나 애국주의에 눈이 멀어, 진실을 추구하려는 것 자체를 불온시하는 일은 더욱 옳지 않고 위험한 일이다. 
‘진실만을, 오직 진실만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의 일부가 가당찮은 행태를 보이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의 일이다. 볼테르의 말처럼, “우리들의 부싯돌은 부딪쳐야 빛이 난다.” 서로 다른 견해가 부딪칠 때 진실은 스스로 드러나는 법이다. 왜 그것을 기피하는가? 다수의 견해를 따르지 않는 소수를 무릎 꿇린다고 다수의 견해가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출처 : 한겨레 홍세화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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