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를 차치하더라도 이 앨범은 피아에게 뜻깊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내놓은 산물이기 때문이다. 멤버들이 먼저 굳이 '10주년'이라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그들의 변함없는 행보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2001년 데뷔 후 그 멤버 그대로 지금까지 왔어요. 이 앨범을 냈다는 사실 자체가 10주년을 맞아 가장 기념할 만한 일이죠. 연말에 열리는 10주년 콘서트는 이를 자축하는 기념 이벤트가 아닐까요?"(요한)
5집에는 타이틀곡 <예스 유 어(Yes We are)>부터 <씽크(Think)>까지 소프트록부터 하드록까지 다양한 음악이 담겼다. 피아 특유의 폭발적인 연주부터 부드러운 선율까지 만끽할 수 있다.
"처음에는 과격하고 하드한 앨범을 주로 만들었죠. 피아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팬들은 <씽크>를 들으면 좋아할 거예요. 이외에도 다소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변화를 줬어요. 전반적으로 종합선물세트같은 느낌이죠."(기범)
피아는 최근 새로운 보금자리에 둥지를 틀었다. 서태지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벗어나면서 우려가 크지 않았을까. 하지만 더 높이 멀리 날기 위해 서태지는 피아가 벗어야 할 이름이었다.
"홀로서기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앨범 3장을 계약한 후 재계약을 하고 1장을 더 냈죠. 8년을 함께 했어요. 이후 멤버들이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의견을 모았어요. '서태지의 그늘에 있다'는 꼬리표를 떼 낸 거죠. 결과는 듣는 분들이 판단해주시리라 믿어요."(헐랭)
서태지컴퍼니를 떠난 것이 서태지와 피아의 결별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5집 앨범 속지의 '스페셜 생스 투'란에는 여전히 서태지의 이름이 가장 먼저 적혀있다. 더 좋은 음악을 내놓는 것이 그 동안 피아의 손을 잡아주던 서태지에 대한 예의라는 것을 멤버들은 잘 알고 있다.
"서태지는 지금껏 피아가 활동하게 해주는 은인이죠 . 20대 시절을 다 보낸 곳이고, 앨범 나올 때마다 도움을 많이 주셨기 때문에 항상 감사하고 있어요. 과격한 음악만 하고 있던 피아를 '음지'에서 구해주신 거죠, 하하."(심지)
최근 KBS 2TV 오디션 프로그램 <탑밴드> 등이 높인 인기를 얻으면서 밴드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대중들도 보다 쉽게 밴드를 접하고 즐길 수 있는 토양이 마련된 셈이다. "우리 역시 새로운 밴드를 바라보는 재미가 크다"는 헐랭의 말처럼 수준급 밴드들의 연주는 무대를 넘어 안방극장까지 점령하고 있다.
"<탑밴드>에서 멘토로 출연하는 뮤지션도 대부분 바닥부터 시작한 분들이라 TV 속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반가워요. TV에서는 부드러운 가요만 대접받는 줄 알았는데 밴드가 주목을 받으니 굉장히 기뻐요. 또 워낙 실력들이 쟁쟁해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요한)
최근 K-POP이 아시아를 넘어 전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의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미 수차례 해외 공연 경험을 갖고 있는 피아 역시 밴드의 한류를 노리지 않을까. 오는 10월28일 서울 광장동 악스코리아에서 단독 공연을 여는 피아는 같은 날 내한 공연을 갖는 일본 록그룹 X-재팬과 맞대결을 펼친다.
"한류와 밴드가 함께 가기는 쉽지 않지만 예전에 비해 밴드에 대한 대접이 좋아진 건 사실이에요. 지난해부터는 일본 공연 때 한국 밴드 만을 위한 자리가 생길 정도죠. 기회가 된다면 록밴드의 본고장인 영국이나 미국에서도 활동해보고 싶어요."(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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