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주 경기장 "먼지 때문에 입과 목이 바짝 말라온다." "숨쉬기가 힘들고 목 안에 가래가 낀 느낌이다." "경기를 치러본 곳 중 대기 공해가 최악이다." "좋은 곳을 놔 두고 왜 베이징에서 올림픽을 치르는가." 베이징에서 옥외 경기를 치른 외국의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는 내용이다. 베이징의 대기공해지수는 210으로 깨끗한 공기를 자랑하는 캐나다 토론토에 비해서는 무려 8배나 심각한 수준. 격렬한 경기를 치르는 도중 평소보다 훨씬 많은 호흡을 해야 할 올림픽 참가선수들로서는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 두고 베이징의 극심한 대기 공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국이 어부지리를 얻을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 올림픽 위원회의 스포츠 생리학자 랜디 윌버는 지난 8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선수단은 베이징 체류일자를 줄이기 위해 서울에 베이스캠프를 차릴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베이징에서 70분 거리인 서울에 머물면서 경기일에 최대한 임박해 현지에 도착하겠다는 전략. 만약 이런 계획이 현실화된다면 재주는 곰이 부리고 정작 실익은 한국이 챙기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천여명이 훨씬 넘을 미국 올림픽 선수단의 숙박과 전지훈련장 제공, 왕복 교통등 진행 경비의 상당액이 한국에 떨어지기 때문. 이미 한국관광공사는 전략상품개발팀을 중심으로 전지훈련상품을 개발해 각국에 마케팅하고 있는 중이다. 서울올림픽을 이미 치른 한국은 대규모 숙박시설 외에 올림픽 종목에 맞춘 다양한 스포츠 인프라를 구비하고 있고 베이징까지 비행거리도 70분 내외여서 베이징의 대기공해를 피하려는 각국 선수단에게는 최적의 선택. 당초 관광공사는 베이징 올림픽을 구경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할 각국의 관광객이 서울을 경유하게 하는 방식으로 이득을 얻겠다는 것이 핵심 마케팅 전략이었다. 하지만 베이징의 대기공해에 대한 우려가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는 상황에서 관광공사가 내세운 전지훈련 상품은 각국의 올림픽위원회에 사실상 서울을 베이징 올림픽의 원격 베이스캠프로 활용하라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실제로 대한체육회에 따르면 독일의 다이빙팀이 김천수영장을 전지훈련캠프로 활용하는 방안을 타진해 왔고 인도네시아 태권도팀은 지난 9월 이미 한국에서 전지훈련을 치렀다. 물론 중국 역시 손을 놓고만 있지는 않다. 중국은 올림픽 기간 중 1백만대에 가까운 차량을 운행 중지시키고, 베이징 인근의 제철공장을 시 외곽으로 이전하는 등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기환경 개선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또 내몽고의 황사를 예방하기 위한 조림사업도 몇 년째 꾸준히 추진중이다. 막대한 차량 때문에 대기오염에 시달리던 로스엔젤레스 역시 1984년 올림픽 기간 중 차량운행 제한을 시행해 큰 효과를 본 바 있어 베이징 당국의 조치가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지 지켜 볼 일이다. 당시 차량운행제한으로 평소에 보이지 않던 로스엔젤레스 주변경관이 뚜렷하게 보이는 드문 체험을 한 뒤 캘리포니아주는 이후 대기오염 예방사업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 바 있다. 내년 8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한국이 걷어가는' 우스꽝스러운 사태가 벌어지느냐 마느냐는 중국 정부의 환경개선 사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출처-연이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