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껴왔던 자동차를, 2년 밖에 되지 않은 새 차를, 그동안 아무 고장없이 저와 우리 가족의 훌륭한 발이 되어주었던 자동차를 큰 교통사고로 폐차하게 되었습니다...
하얀색의 2005년 형 Honda에서 만든 Accord.
미국에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차가 신발과 같은 물건이기에 운전면허를 일찍 갖고나서 처음 몰았던 차였습니다. 흔히들 처음 운전을 시작하면 중고차를 타게 된다고 들었었는데, 새 차를 몰게 해주셨던 부모님께 감사했고, 그만큼 애지중지 조심하면서 몰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왠만한 유지비도 부모님께 부탁드리기보다 스스로 충당했답니다.
정말, 제가 바보처럼 마음이 약해서 그런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아무 고장없이 내가 가고 싶은 곳에 무사히 데려다주고 어디에 가지고 나가도 이쁜 제 차에게 비록 기계이지만 정도 많이 들었고 고마운 마음까지 들었습니다.
그렇게 지냈는데, 그렇게 아끼면서 타왔는데... 저번주였어요... 새벽에 조금씩 내렸던 가을비로 인해서 길이 촉촉히 젖어있을뿐 아무것도 다르지 않은 날이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집에 오는 길 까지는....
아침 일찍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이었죠. 집에 가려면 Highway를 바꿔 타야 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코너링이 깊은 곳을 돌아야 됐죠. 수 없이 타본 길이 었기에 여느때처럼 그 코너링을 돌았고. 막 Highway를 접어드는 순간...
차가 빗길에 갑자기 돌더군요.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냥 차가 갑자기 풍~ 뜬다는 느낌 이후에 아무 생각할 겨를도 없이 Highway 한복판에서 제 차가 빗길에 사정없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아무것도,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그저 핸들을 잡은체 서야 된다는 생각밖에는..... 깜짝 놀랄 틈도 없을 정도로, 하지만 그 짧게 도는 순간 트럭이 제 앞을 향해서 오는게 선명하게 보였고, 그리고 나서 아무런 준비도 생각도 할 겨를 없이 트럭과 제 차가 부딪혔습니다.
트럭은 제 차 오른쪽 앞 모서리와 부딪히고 나서 역시 빗길에 미끄러지듯 계속 앞으로 나가 옆으로 뒤집어 졌고, 제 차는 도는 방향 반대로 부딪힌 트럭때문에 서게 됐죠...
멍했어요. 내가 방금 무슨 일을 겪은건지.... 살아있는건지... 앞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겨우 정신을 가다듬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치지는 않았어요. 걸을 수도 있었고, 의식도 또렷했구. 근데 내가 철이 안들었나봐요.... 내가 살았다는 그 감사한 마음보다, 심하게 부서지고 구겨진 제 차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 것때문에 마음이 너무 무겁고 아쉽더라구요. 눈물까지 나올 정도로.....
바로 앞에서 사고를 본 미국 사람들이 괞찮냐고 물어보고, 즉시 불러준 엠뷸런스와 소방관들 그리고 경찰들의 도움으로 사고현장을 수습하고 제 차를 신속하게 견인해 가더라구요....
그렇게.... 심하게 앞이 찌그러지고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진 제 차를 그렇게 보면서... 마치 아끼는 동생을 잃은 듯한 그런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냥... 멍. 하니 그렇게... 그 자리에서서 속상하고 눈물이 나오더라구요.
부모님한테 죄송하고, 그렇게 부서진 차한테도 미안하고, 자꾸만 날 자책하면서 눈물만 나오더라구요.
그렇게 사고가 나서 보험회사에 연락을 했고 수리인지 폐차인지 며칠 내에 답변을 주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러고 부모님과 함께 바디샵에 가서 사고난 제 차를 봤는데, 부모님께서 많이 놀라시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심하게 찌그러지고 부서진 그 차 모습과 저를 보면서, 다치지 않은게. 이렇게 다치지 않은거... 그 것만으로도 다행이라시며... 눈물을 글썽 거리시던 어머니와,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시던 아버지를 보면서...
소식을 듣고 큰 사고에 다치지 않았냐며, 차는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까 안 다친게 다행이라며 잊어버리라고 말해주는 형과 누나들 그리고 동생들을 보면서...
정말 내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되는구나를 피부로 깨달았습니다.
빗길에 정신없이 돌던 그 차 안에서, 트럭과 부딪혀서 부딪힌 쪽의 에어백이 모두 터질 정도의 충격에서 이렇게 살아 있는게... 그리고 이렇게 다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 숨쉬고,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과 누나를 두 눈으로 보고 친구들과 만나서 얘기 할 수있는 것. 그것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한 마음으로 다시 맘을 잡았습니다.
그러던 어제... 결국은 보험회사에서 폐차를 해야 된다고 하더라구요...
고친다 해도 계속해서 문제가 발견될 정도의 충격이기에 폐차밖에 할 수 없다고, 차 안에 있는 모든 것들 다 가져가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냥... 아무 말도 나오지 않고, 아쉽고 속상하더라구요. 눈물까지 나올 정도로.
그렇게... 차에 가서 다시 한번 제 물건들을 정리하면서 왜 그렇게 한 숨이 많이 나오는지.... 2년 동안, 깔끔하게 애지중지 탔던 그 차를 떠날 수가 없더라구요. 곳곳에 베어있는 손때와, 그동안 그 차로 갔었던 모든 곳들, 부모님과 누나와 함께 그 차로 갔어던 곳과 즐거웠던 것들이 계속해서 떠오르더라구요....
그렇게.... 떨어지지 않는 발길을 겨우 다시 잡으면서 어제 2년 동안 저와 저희가족과 함께 했던 차를 마지막으로 보고 왔습니다... 지금도... 마음이 무겁고 아쉬워요... 자꾸만 차가 눈에 밟히고... 내가 살아있는 것, 그 사고에서 이렇게 다치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만족해야 된다는거 잘 아는데도 말입니다....
솔직히, 첫 차를 그렇게 멋지고 좋은 차로 시작했던 저였기에, 앞으로 다시 새 차를 가질 때까지 타야 될 중고차에 적응 할 수 있을지 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항상 문제 없이 고장 없이 탔었던 차였고, 어딜 가도 빠지지 않는 이쁜 차였기에. 그 마음이 더더욱 큰 게 사실이랍니다.
그 마음때문에 괜스레 오히려 반성하고 더 잘 해야되는 부모님께 짜증을 부려서 힘들게 하고 마음 아프게 하는 제 자신을 보면서 한숨이 많이 나오네요...
이미 결정난 일인데, 이제 잊어버리고 좋은 쪽으로 생각해야 되는데, 그러질 못하고 아직까지 이렇게 마음 아쉬워하고 내가 탔던 그 깊이 정 들었던 차보다 훨씬 못한 차를 앞으로 타게 될 생각에 스스로 마음을 무겁게 하는 제 자신을 추스려야 되는데... 그래야 되는데... 그러질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참 쑥스럽네요...
2년 동안 정들었던,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제게 좋은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줬던 새 하얀 차를 이렇게 내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는게 제게는 아직 쉽지가 않아요.
그래도... 이렇게 큰 사고속에서 살아있는 것, 어디 한군데도 다치지 않고 이렇게 살아 있는 것 만으로도 하늘에 감사하면서 마음을 깔끔하게 잡으려고 해요. 그래야 이 일도 훌훌 털어버리고 차 역시 편안하게 잊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렇게 하는 것이, 나를 이렇게 보호하고 살려준 하늘에, 그리고 이 일로 많이 놀라셨을 부모님께 오히려 투정부리고 짜증 부리면서 마음을 더 아프게 했던 제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까지 아무렇지 않은 듯 쉽게 정들었던 차를 잊어버리고 아쉽고 무거운 마음을 숨기기가 쉽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