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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팬이면 ‘좌파’, 크레용팝 팬이면 ‘우파’냐고?
게시물ID : star_1815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12
조회수 : 1101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3/08/26 20:57:39
대학 신입생 때 일이다. 집안 좋고 잘생기고 키도 훤칠한 ‘킹카’ 남학생이 첫 미팅에 나갔다.  초등학교 동기인 그 녀석은 파트너가 된 ‘서울깍쟁이’ 여학생이 처음부터 맘에 쏙 들었다고 한다. 상대 여학생도 같은 느낌이었는지 대화가 술술 풀렸다. 그런데 웬걸, 고향이 ‘전주’라는 얘기가 나오자 그 여학생이 벌떡 일어나 가버리더란다. “우리 엄마가 호남 애들이랑은 사귀지 말랬어요”라는 말을 남기고. 왜? 지역감정이라는 단어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부유층 자제로 곱게 자란 이 친구는 그날 받은 충격으로 한참을 헤맸다. 

   
 
새누리당 조명철 의원이 국정원 댓글 청문회에 나온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에게 “광주의 경찰이냐, 대한민국 경찰이냐”고 따져 묻는 걸  보며 불현듯 그 친구가 떠올랐다. 그사이 김대중·노무현 등 지역감정에 온몸으로 맞섰던 정치인이 연거푸 대통령이 되고 ‘망국적 지역감정은 더 이상 없다’고 여러 번 선언했지만, 여전히 ‘고향이 호남’이라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재단하고 규정해버리는 반인권적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민주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 청문회장에서 카메라를 앞에 두고 버젓이!

국회의원이 이럴진대 익명의 인터넷 공간에서 자행되는 ‘호남 갈라치기’는 얼마나 스스럼없고  폭력적일까. 특히 극우 누리꾼이 많은 사이트로 알려진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에서 자행되는 호남 비하는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가수 수지(걸그룹 미쓰에이 멤버)에 대한 공격이 대표적이다. 일베 유저들은 수지가 영화 <26년>을 보고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희생당했던 분들께 감사드리며 다시 한번 관심을 가져야겠다”라고 멘션을 날리자마자 “광주 출신 수지가 빨갱이가 됐다”라며 공격을 해대기 시작했다. 성폭행에 해당하는 게시물까지 스스럼없이 올려대곤 했는데, 이 때문에 지난달 한 남자 고등학생이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최근 걸그룹 크레용팝을 두고 일베 유저 논란이 일면서 광고 불매 운동까지 간 것은 이런 일베 사이트의 패륜적 면모 탓이 크다. 어떤 아이돌이든 ‘노무노무’ ‘쩔뚝이’ 같은 전직 대통령과 장애인을 비하하는 용어를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성적 비하를 일삼는 사람들과 교류할 경우, 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사회 전반에 나쁜 영향을 줄 거라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연예인뿐 아니라 일베 회원이라 인증한 예비 초등교사가 결국 임용 포기서를 교육청에 내게 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수지 좋아하면 좌파, 크레용팝 팬이면 우파 식으로 낙인찍는 세태가 문제’(8월19일자)라고 교묘한 양비론을 편다. 이념의 문제가 아닌 것을 이념으로 포장해 일베에 면죄부를 주려는 시도다. 권은희 수사과장이나, 가수 수지나, 내 동창생이나, 이념 이전에 몰상식의 피해자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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