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섬뜩한 것은 물이라고 생각한다.
차가운 물의 감촉
귀신들이 나온다는 비 오는 날
누군가가 말했던, 물 속의 귀신
어두운 곳에서 똑. 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소리
평소에 우리는 물과 함께 생활하지만, 그것을 결코 귀신과 연관짓지는 않는다. 무엇 때문일까? 물에서 귀신을 떠올리기에는 우리의 삶 자체는 물을 떼어놓을 수 없다. 때문에 우리는 물로부터 귀신을 잊으려 애 쓰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 잊어 버린 것. 그렇게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제목부터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검은 물 밑에서>는 어느 모녀의 이야기이다.
어머니 요시미, 부모에게 버림받은 상처를 지닌 채 살아왔다. 비 오는 날, 부모의 손을 잡고 유치원을 떠나는 친구들을 혼자서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남편과 이혼 소송중에 있고, 딸인 이쿠코의 양육권을 위해 분쟁중이다.
딸과 함께 살기 위해 구한 집은 강 주변의 오래 된 맨션이었다.
두 사람이 살기에 좋은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진다. 기괴한 형태로 점점 커져만 가는 얼룩은 요시미의 집에 똑. 똑.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딸, 이쿠코가 있다. 어느 날 옥상에 올라갔다가 하얀 토끼가 그려진 빨간 가방을 주워 왔다. 갖고 싶었지만 엄마는 그걸 버렸다. 하지만 언제부터였는지, 옥상에 가 보니 다시 있다.
미츠코, 사라진 아이가 있다. 1999년(평성 5) 7월 14일, 노란 레인코트를 입고 머리가 긴, 빨간 가방을 맨 여자아이.
물이 번져가는 천장의 얼룩은 점점 더 커진다. 딸은 목욕탕에서 누군가와 혼잣말을 한다. 버렸던 빨간 가방이 어느새 돌아와 있다.
꿈을 꾼다. 사라진 소녀의 꿈이다. 누구도 데리러 오지 않는 유치원을 떠나 맨션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