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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작]다들 책 좋아하시나요?
게시물ID : readers_181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이폼
추천 : 0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1/21 23: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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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의 소설은 어때요? 습작입니다.

 

1

집 문은 잠겨있다. 남자는 개의치 않고 벽면이 무너진 곳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조용하다. 해가 질 무렵이라 집 안은 온통 어둠으로 가득 차있다. 남자는 제자리에 서서 둘러보았다. 어둠에 눈이 익자, 제자리에 있어야 할 물건들이 어지러진게 보였다. 평생에 이것처럼 난장판인 집을 여러번 봐온 듯 무신경한 표정이다. 남자는 곧바로 별 다른 이상이 없는 걸 확인하자 하나뿐인 방으로 들어갔다. 좁은 방도 마찬가지로 어질러져 있다. 침대 위에는 고양이가 한 마리 있었고, 그가 침대에 다가오자 열린 창문을 통해 잽싸게 나갔다. 남자는 바로 창문을 닫고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댔다. 그리고 깊게 한숨을 쉬고는 방안을 눈으로 훑었다. 뒤집어져있는 옷장과 바닥에 찍혀있는 신발자국과 나동그라진 접시가 전부다. 남자는 옆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물통을 꺼내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잠깐 눈을 붙였다. 그사이 창문에 그림자가 반복적으로 지나가면서 문을 두드렸다. 남자는 놀라 창문을 예의주시한다. 밖에서는 닫힌 창문을 사납게 두드려댄다. 남자는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탁상을 양손에 움켜쥔다. 무언가 탁상에서 떨어져 바닥에 떨어져 소리를 냈다. 밖에 있던 그림자는 안에서 소리가 나자 금방 사라졌다. 남자는 탁상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고 떨어진 것을 확인했다. 발자국이 여러 개 나있지만 형태는 알아볼 수 있는 공책이 놓여져 있었다. 남자는 공책을 들고 내용을 살펴본다. 글이 꽤 써져 있다. 몇 개는 잡스러운 낙서, 몇 개는 책이나 TV에서 본 듯한걸 옮겨 적은 글, 마지막에는 일기가 써져있다.

 

“201XXX. 현재시간 오후 7. 아침 6시에 공습사이렌소리에 잠에서 깼다. 무슨일인가 싶어 무심코 튼 TV에서 심장이 내려앉는듯한 소식이 전해졌다. XXX방송국 보도에 의하면, 경기도 파주에서 새벽에 대대적인 침공을 받은 아군은 이들에게 즉각 대응하고 방어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리고 예비군이 집결중이라고 했다. 휴전은 끝나고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된…….”

 

남자는 일기를 읽다가 문득 창문을 열어 밖에 누군가 있나 확인을 했다. 창문 밖은 바로 목 밑에 오는 낮은 담장이 있었고 그 위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있었다. 고양이는 남자의 얼굴을 주시하다가 조용히 야옹거렸다. 남자가 창문을 다시 닫으려 하자 고양이는 조심히 다가오더니 계속 야옹하고 울기 시작한다. 그 남자는 여기 집고양이라고 느껴 창문을 열어놓고 조심히 뒤로 물러섰다. 그러자 고양이가 조용히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와 침대에 서서 남자를 본다. 남자는 고양이가 별로 해가 되지 않는다 생각했다. 창문을 닫고 다시 침대에 앉아 벽에 기댔다. 고양이도 그 자리에 앉아 남자를 계속 주시했다. 남자가 손을 뻗어 고양이를 쓰다듬으려고 하자 고양이가 갸르릉 거렸다. 남자는 고양이에게 관심을 거두고 다시 일기를 읽기 시작했다.

휴전은 끝나고 다시 동족상잔의 비극이 시작된 모양이다. 그 전부터 북한 정권이 계속 병력을 38선으로 집결시키는 모습이 포착되었다고 떠들었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밖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뉴스에서는 식량들과 주요 품목들을 가방에 싸서 들고 다니기 쉽게 하고, 가까운 피난소로 피하라고 했다. 하지만 난 말 못하는 벙어리라 집이 훨씬 편하다. 다만 날 책임지는 공무원한테는 가까운 초등학교로 피난했다고 문자를 보내……오후 1. TV는 아직까지 나오나 비상방송만 틀어져있다. 휴대폰도 아직까지 안테나가 잡힌다. 하지만 되는지 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내가 사는 집 창문 밖으로는 제트기 여러대가 빈번하게 왔다갔다 하고 있다.…… 오후3시 따다닥...따다닥...! ! 정확히 내가 들은 포격소리다. 어디 멀리 떨어진 것 같은데 공습이 바로 내 머리위에서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창문 밖에는 여기저기서 불길이 치솟고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린다……. 오후7시 겨울이라 밤은 금방 찾아오고 바깥은 조용해졌다. 그저 군인들이 아직 대피하지 못한 민간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나는 좀 전의 공포가 무서워 나갈까 했지만 나가지 않았다. 이 시간이 되면 내 집에 손님이 방문하기 때문이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고양이를 바라보았다. 고양이가 냐옹하면서 울었다. 남자는 공책을 덮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갔다. 소변이 마려워 변기를 열자 헛구역질이 올라와 냉큼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자기가 들어온 벽으로 나갔다. 주위를 살펴보자 거리는 매우 한산하고 조용했다. 밤하늘의 별은 무너진 벽의 벽돌들처럼 여기저기 두서없이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남자는 볼일을 본 후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방문을 닫고 그 앞에 탁자까지 받쳐 열리더라도 한번 걸리게 해놓았다. 그리고 남자는 누워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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