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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 전공잔데 작업과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아요..
게시물ID : art_181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싱수
추천 : 4
조회수 : 2041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8/03 23:10:13
안녕하세요? 전 서양화를 전공하는 4학년 학생입니다.
졸업할 때가 다가오니까 여러가지로 걱정도 되고 회의감도 드네요..
그냥 제가 지금까지 대학 다니며 느꼈던 고민을 어딘가에 털어놓고싶고, 조언도 듣고싶어서 왔습니다.

학교 다니며 여러 교수님들을 겪어보니 모두 예술은 어떠해야 한다는 본인의 신념이 확고하시고, 그것이 평가와 조언의 기준이 되는데, 그 기준들이 교수님마다 너무나 달라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가 저학년 때 만난 어떤 선생님은 "철학, 미학책을 많이 읽어라. 사회와 역사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고 니가 느낀 문제의식을 작품에 넣어야 이 시대에 유의미한 작품이 되지 않겠느냐. 작품의 겉모습은 나중 얘기다."라고 독서와 공부를 강조하셨고, 전 한동안 그 말씀에 빠져서 그림의 형식적인 면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고 책읽고 작업 의도 생각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죠. 한 작품에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다 보니 기호와 상징성에 많이 의존하게 되더군요. 또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림이 외적으로 멋지고 예쁘지 않았어요.
그렇게 3학년 2학기때까지 해왔는데, 또 다른 교수님께는 그점을 엄청 지적받았습니다.. 일단 보기 좋아야 하지 않겠냐고. 구도, 색감이 재미가 없고 일단 안이쁘다고. 이래서는 니 그림의 속뜻이 무엇이든 사람들은 일단 시각적으로 안 끌리니까 관심도 안 갖고, 뜻이 무엇인지 알아보지도 않으려 할 거라고.. 듣고 보니 맞는 말이죠.
근데 그림에 이렇게 뜻부터 많이 담으려 하는 게 너무 유치하다고, 사실 아무 뜻 없이 똑같은 사물만 계속 그려도 그게 느낌있기만 하면 뜰 수 있고, 뜻은 그 다음에 네가 대충 생각해서 갖다 붙여도 되고, 아니면 미학 전공한 사람들이 알아서 잘 써줄거라고까지 하시더군요... 

이것도 생각해보면 맞는 말 같아요. 한국 중견 작가분들 작품 볼때도 그냥 그리고 싶은 거 많이 그리시다 보니 외적으로 멋있는 작품을 만들었고, 뜻은 그 후에 생각해서 붙였거나 평론가가 지어서 써준 것 같다고 느낀 적이 꽤 있거든요. 그리고 루시안 프로이드나 제니 사빌처럼 성공한 현대 작가들도 찾아보면 뜻이야 있겠지만 그게 주된 건 아니라고 생각했고요. 일단 그냥 인물환데 느낌있고 색감 좋게 워낙 잘 그리니까 인기를 끈 거 아닌가요?

지금껏 계속 작품의 의도, 뜻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고 그렇게 믿어왔는데 4학년 되어서 갑자기 뜻은 거의 의미가 없다고까지 들으니까 정말 혼란스럽네요.
어렴풋이 알고있었지만 그런 식으로 뜻을 나중에 갖다 붙이는 건 사기라고, 마음 속에서 밀어내고 있었기 때문에 더 배신감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이 교수님 말씀대로 인물이라던가 풍경, 사물을 가지고 그저 형식요소만 연습하고 있으면 또 그건 그것대로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고 다른 교수님한테 또 까이고요. 뜻 대충 그럴듯하게 지어서 발표하는 건 너무 가식적으로 느껴지고 민망해서 못하겠어요..

물론 색채, 구도 다 좋고 상징도 많이 없고 간결하면서도 속뜻까지 좋으면, 게다가 신선하면 가장 좋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학생인 제 능력으론 그 모든걸 충족시킬 수 없는 상태에서 까이기만 하는 게 너무 피곤합니다. 모든 교수님 말이 진리는 아니니까 제가 저학년 때 하던 대로 뚝심 있게 밀고가라는 얘기도 들었는데 제 그림에 상징이 너무 많고 이야기가 많아서 직설적이고 유치하게 느껴진다는 지적은 와닿았거든요. 단지 그 해결책이 너무 극단적으로 느껴져서 그렇게 하기는 싫은거지.. 중간지점을 찾기가 너무 힘드네요. 그 상태에서 계속 까이고 까이고 까이다보니 작가가 되겠다는 마음도 희미해지고 내 그림에 대한 확신도 없고, 내가 4년간 공부를 했는데 무엇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는 생각만 듭니다. 화가 하겠답시고 자격증도 뭣도 따놓은 게 없는데 이제와서 자신감 떨어지고 화가 하기 싫어지니까 막막하네요.. 화가 한다고 교수님들께서 애정 있게 끌어주실 것 같지도 않고..ㅋㅋ 이제와서 포토샵이나 그래픽 자격증 따서 취직할 생각 하니 제 4년이 아깝고 화도 납니다. 나름 열심히 살았는데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서..

휴.. ㅠㅠ 답이 없죠? 그냥 푸념하고 싶었어요. 이제 뭘 어떻게 해야하나.. 당장 다음 학기랑 졸업작품도 너무 걱정돼요.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라도 작업이나 앞날에 대해서 조언해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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