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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CI 변경 관련 칼럼
게시물ID : sports_1816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제로제로
추천 : 5
조회수 : 159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0/01/07 16:08:26
http://news.nate.com/view/20100105n13170?mid=s1000

네이트의 배지헌 칼럼입니다

야구 뿐 아니라 모든 프로스포츠의 구단 프런트 임직원 및 관계자가
팬들의 마음을 깊게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ㅠㅠㅠ

아래는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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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11년 만의 유니폼 교체를 단행했다.

두산은 4일 새 CI와 엠블렘, 유니폼을 공식 발표했다. “명문 구단으로서의 자부심과 정통성”을 살리고 “공격적이고 강한 구단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한 변화란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는 “82년 원년 우승팀인 OB 베어스를 계승”했고, 로고와 심볼의 “강렬한 색과 곧은 서체”에는 “승리를 향한 열정과 투지”를 담았다고 두산 측은 설명한다.

새 유니폼이 나왔으니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이 있어야 할 터. 그런데 이게 웬일. 팬들의 반응은 '으악!'에 가깝다. 마치 김혜수-유해진 열애설 기사를 읽는 남자 네티즌의 반응 같다. 성원이 아니라 '원성'이 빗발친다. 두산 팬들은 유니폼 교체에 비관을, 다른 팀 팬들은 위로를 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한 포털 사이트에는 유니폼 교체를 취소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이쯤하면 거의 예전 SK 와이번스의 ‘주유소 유니폼’에 대한 반응을 연상케 할 정도다. 일부 성미 까다로운 팬들의 투정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 두산 팬은 "사회인 야구팀이 메이저리그 유니폼 따라하다 실패한 것 같은 디자인"이라는 말로 새 유니폼에 대한 평가를 대신했다. 특히 'BEARS' 폰트와 'D'자 로고는 포토샵 프로그램에서 기본 폰트를 굵게 한 뒤 테두리 기능을 사용해서 대충 만든 것 같다는 독설도 빼놓지 않았다. "휴대폰 야구게임에 나오는 서울 드래곤스 로고가 차라리 낫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일 년에 20차례 이상 잠실구장을 찾는다는 한 여성 팬은 "두산 유니폼이 예뻐서 자주 입고 다녔는데, 바뀐 유니폼은 입고 다니기 창피할 것 같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기자기하고 부드러운 맛이 있던 예전 유니폼에 비해 전체적으로 너무 투박하고 거칠게 보인다는 게 그의 평이다. 이 여성 팬은 "새 CI가 들어간 제품이나 유니폼을 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기업이미지 통합을 설문조사로?

두산으로서도 할 말은 있다. 구단은 이미 새 유니폼과 CI 제작 과정에서 팬들의 기호를 충분히 반영했다는 입장이다. 시즌 중 두산 홈경기 잠실구장 복도에는 새 유니폼과 로고에 대한 '설문조사'가 벌어졌다. 설문은 몇 가지 시안을 놓고 선호하는 디자인에 스티커를 붙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당시 가장 많은 득표를 얻은 1번 시안은 이번에 새로 발표된 유니폼-CI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두산으로서는 팬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인을 골랐는데, 정작 발표하고 나니 반발이 쏟아지는 게 납득이 가지 않을 만도 하다. 하지만 여기에는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 당시 설문조사는 총 5개의 시안 중에서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워낙 5개가 전부 수준 미달이었던 탓에, 팬들 사이에는 "정식 디자인이 아니라 대학생 팬들이 연습 삼아 만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팬들은 그게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그나마 나아 보이는 디자인에 스티커를 붙인 것이다. 이는 스티븐 시걸 영화와 장 끌로드 반담 영화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한 뒤, 그 결과를 갖고 '최고의 영화'를 선정한 것과 마찬가지.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골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올 리 만무하다.

게다가 애초부터 유니폼 변경은 '인기투표'식으로 할 일이 아니었다. CI와 유니폼 등의 디자인은 근래 경영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거론되는 '기업이미지통합'의 일환이다. 기업명·로고·심벌마크 등을 이용한 '시각적 아이덴티티'의 확립은 고객들에게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하고, 전문가의 관점에서 통합적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고심해서 제작하는 게 필수다. 그래야 수시로 로고와 상징색을 교체하느라 거액을 허공에 날리는 일 없이, 수 십 년이 지나도 고객의 머리에 각인되는 강렬한 기업이미지를 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면에서 가장 본받을 만한 사례는 역시 메이저리그다. 대부분의 경우 메이저리그 팀들은 로고나 상징색, 유니폼을 좀처럼 교체하지 않고 가급적 오랜 기간 유지하기 위해 애쓴다. 아예 처음 만들 때부터 거액의 비용과 시간을 들여 '제대로' 만들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디테일을 매만지기는 하지만 대대적으로 변경할 필요는 거의 없다.



가령 뉴욕 양키스의 유니폼과 로고를 보라. N과 Y가 겹쳐진 특유의 로고와 핀스트라이프 디자인은 수 십 년 동안 부분적인 수정이 있기는 했지만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반세기 전에 만들어진 디자인임에도 촌스럽거나 조악하다는 느낌은커녕, 전통과 세월이 주는 '아우라'가 넘쳐난다.

반면 한국 구단의 유니폼과 로고는 어떤가. 지난해 입은 유니폼을 단 1년 만에 원상복구하기로 결정한 한화 이글스는 대표적인 '나쁜 사례'다. 2000년 창단 이래 거의 매년마다 시행착오를 거친 SK나, 모자에 K자를 붙였다 T를 붙였다를 반복하는 KIA도 예외는 아니다. 유니폼 변경 때마다 일본 유니폼 표절 지적이 나오는 롯데 자이언츠도 마찬가지.

처음 CI나 유니폼을 만들 때 별다른 고민이나 종합적인 계획 없이 '급조'하다 보니, 몇 년 사용하지도 못하고 폐기처분하는 악무한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8개 구단 중 창단 당시 로고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팀은 LG가 유일하다).



‘욕심’나는 디자인

문제는 디자인이다. 구단의 높으신 분들이 '어여삐 여기는' 디자인이 아니라, 젊은 팬들이 머리에 쓰고 입고 다녀도 '창피하지 않을'-오히려 '자랑스러울' 디자인이어야 한다. 한 해 입고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하루살이 디자인이 아니라, MLB 모자와 유니폼처럼 100년이 지난 뒤에도 그 멋을 잃지 않는 정성어린 디자인이어야 한다.

팬들은 디자인만 괜찮다면 얼마든지 지갑을 열 준비가 되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쇼핑몰의 폭발적인 매출이나 두산 핑크 유니폼-올드 유니폼의 인기는 단적인 예다. 팬들이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제품을 구입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그런 디자인이 프로야구에는 필요하다.

과연 두산의 새 CI와 유니폼은 과연 10년 뒤에도 지속될 수 있는 디자인인가. 팬들이 자랑스레 입고 다닐 수 있는 디자인인가. 구단이 진지하게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아직 늦지 않았다. 이는 유니폼 교체를 앞둔 KIA 구단 역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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