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런 우울한 내용의 글을 이곳에 올리는점 사과드립니다.. 제겐 너무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그리고 죄스러운 마음에... 모르는 분들이지만,너무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제 죽마고우 친구에게 제가 마지막으로 해 줄수 있는 도리라 생각하여 이 곳에 올립니다.. 아래 내용은 미국에 가있는 제 가장 친한 친구에게 보낸 메일의 내용입니다.. 더 정리하여 이곳에 글을 올릴 힘도 이젠 제게 없기에,그냥 메일 원문을 올립니다. 이해 바랍니다..
나 지금 너무 어이없고..황당하고...도무지 내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현순이가 죽었다..지난 월요일 아침에..목을 맸다더구나.. 오늘에서야 그 사실을 알았어... 일요일 저녁에 나랑 맥주 한잔하고 헤어졌는데.. 평소엔 내가 귀찮아서 피할 정도로 뻔질나게 전화하던 녀석이 며칠째 연락이 없기에.. 전화했더니 동생이 받더구나..그리고 "오빠가 죽었다"고..벌써 3일장 다 끝냈다고.. 녀석의 집에 다녀왔다..녀석이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친구가 나라더구나..
나랑 만날땐 평소와 똑같았는데...평소처럼 말도 많이 하고..노래방 가서 깽판도 치고.. 똑같았는데.. 힘들다고..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얘기는 했지만..그런 얘기는 전에도 술만 들어가면 했던 얘기라.. 크게 신경쓰지 않았는데...
"술 한 잔 더하자"는걸..내 몸 피곤하단 핑계로 거절하고 그냥 집으로 들어와 버린게 지금 너무 후회된다.. 한마디 말이라도 곱게 해줄걸...그 좋아 하는 술..그래도 제 딴엔 마지막으로 보고 가고 싶은 친구라고 날 찾아와서 청하던 거였는데....그거 한번 끝까지 같이 먹어주지도 못하고... 지금..난 그게 너무 후회된다...그날 녀석의 말들을 너무 가볍게 받아 들인것이..녀석의 전화를 일부러 안받고 피했던것이.. 녀석의 생각을 눈치채지 못한것이... 나 바쁘다고..나 경황 없다고...제딴엔 죽기전에 마지막으로 나를 찾은 친구를..난 그냥 무시해버렸더구나..
제 방 벽에 못을 박아 놓고, 전기줄까지 준비해 놓고 나왔다더구나..오늘 현순이 동생이 하는 말이..
미워 할 수 없는 놈이었는데..술 마시고 실수가 좀 많아서 그렇지...진짜 착한 놈이었는데... 그 녀석의 우울증에 나란 인간도 한 이유가 된것같아..난 지금 너무 괴롭다..
그날..녀석과 헤어지기 직전에 녀석의 고집으로 우린 골목길 바닦에 앉아 맥주를 마셨었다.. 난 "쪽 팔리다"고 차라리 "우리집에 가서 먹자!".고 티격태격하다가 헤어졌는데.. 그게 그 녀석과의 마지막이 될 줄이야.. 녀석이 내게 "짜샤!!..이게 내 마음이야!.."하며 나 몰래 사서 건네준 씨거 한개피가 그녀석이 내게 준 마지막 선물이 될 줄이야..
집에 들어와서 아무렇게나 던져둔 그 씨거가 지금 내옆에 있다... 슬프다....근데..눈물 한방울 나질 않는구나..나란 인간이 이렇게 모진 인간이 아닌데...
겉으로는 강한 척해도,너무나도 약한 놈이었는데...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 내가 너무 죄스럽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길 빌어주자....네게 부탁한다.. 그게 내가 녀석에게 해 줄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인것 같다..
힘들텐데 우울한 소식을 전하게 되어 미안하다.. 하지만, 나 혼자 담아두기엔 내겐 너무 버겁구나...
우리쪽 친구들과는 많이 친하지도 않았던 놈이라..내 이 감정을 주변 누구에게 얘기 할 곳도 없어 너에게 얘기한다...
혼자서 술 한잔에 기대어 감정을 추스리는 중이다.. 이런 와중에도 내일 일을 걱정하는 난 정말 나쁜 놈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