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샤는 올해 17살입니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췌장염으로 죽다가 살아났습니다.
병원에서도 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퇴원했는데 어떻게어떻게 살아나더라구요.
그 뒤로 밥도 거의 안 먹고 해서 몸에 좋은 거고 나발이고, 먹어 주는 거면 그저 감사합니다 하고 맥이고 있습니다.
냄새도 많이 못 맡고 눈도 바로 앞에 가져다줘야 보이는 거 같고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뒷다리도 좀 끌듯이 걷고 ...
털 빠진 거 정리해준다고 몸 쓰다듬는 것도 신경질부리며 못 하게 하고 덕분에 안 그래도 힘들던 발톱깍는 건 그냥 안 하고 있습니다.
싫어하는 거 하고 나면 밥을 더 안 먹더라구요. 하 성질머리-_-
하여튼 그러던 분이 오늘 창틀에 올라가셨어요!!
제가 좀 잘 살아서 창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이웃집 벽이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요.
새나 나무나 그런 게 보였으면 얼마나 애가 좋아했을까요. 그게 참 미안하네요.
그저 저렇게 나름 즐기다가, 그냥 자는 중에 묘생 마지막을 끝맺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자기가 죽는 것도 모르고 고통도 안 느끼고 그냥 꿈꾸다가. 뭐 그렇게요.
기념으로 기여운 꼬맹이 사진을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