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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폰을 샀는데...
게시물ID : humorstory_2424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부엉군
추천 : 1
조회수 : 66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7/24 17:20:04
엄청나게 큰 실수를 한것 같다.

 

 

우선 세상의 모든 물건이 다 있다는 

'다이소'라는 가게에 들어가서 키가 작은 나를 위해 '성장 촉진제'를 사려고 했으나 없길래 포기했고 

 

우선 내게 필요한 이어폰을 하나 집어 계산을 했다.

근데 이게 3000원 짜린데, 지금 생각해도 그것이 시발점이였다고 생각된다. 

씨발점

 

왜냐면 고작 3000원 짜리에 무려 '무통증 이어폰' 이라는 타이틀이 걸려있길래 얼씨구나 하고 씐나게 집어들었는데. 너무 들뜬 나머지 원산지를 깜빡하고 못봤기 때문이다.

 

그래... 사실 원산지를 못본게 문제가 아니라, 3000원 밖에 안하는 이어폰을 샀다는것 자체가 문제일 수도 있겠다. 세상에... 편의점에서 파는것도 5000원은 하던데. 3000원이라니...  마치' 나는 싸구려입니다. 멍청한 놈은 나를 사가세요~'라는 문구가 내 눈에만 보이는 듯 했지만, 수학 7점이라는 기적의 두뇌를 소유했기에 두말 없이 구입했던것 같다.

 

여튼간에, 원산지는 당연하게도 쭝꿔였다. 동북공정에 한글공정까지 해대던 무개념 폭탄수박 제조국가에게 세금을 바쳤다고 생각하니 분노에 치가 덜리고 이가 떨리고 다리가 떨리고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가슴이 떨리고, 여튼 그러하였다.

 

(처음부터 읽어보니 잡소리가 너무 많은것 같다. 자제해야징~)

 

하지만 싼가격에 산 이어폰이기에, 어쩔수 없지~ 하며 웃어 넘길 수 있었다. 

그래, 

직접 사용하기 전까지는....

 

이제 드디어 이어폰이 없어서 민폐 끼칠 일은 없겠구나, 싶은 기쁜마음으로 이어폰을 mp3의 작고 깊은 구멍으로 쑤셔넣었다. 

  덜컥이며 딱 맞아 떨어지는 그 우량한 감각에 감동의 눈물마저 흐를려다가,행여 우리집의 처녀귀신이  볼세라 눈물을 닦아내었다. 그녀에게 나의 추태는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그녀는 내게 소중했다. 책상 밑에서 웅크리고 앉아, 모든 여자중에서 유일하게 나를 맑고 청아한 붉은 눈으로 바라봐 주던 그녀.. 지금쯤 뭘하고 있을까...

 

 

여튼 가라앉지 않는 흥분된 마음으로 이어폰을 착용하고 내가 자주 듣는 현아의 버브루 버브루 파브파브를 들어보았다. 

듣지 말아야 했는데.

 

 

이어폰은 내게 생생한 체험 시켜줬다. 그것도 동굴 혹은 아파트 복도. 

맑고 고운 소리가 귓속 가득 울렸다. 웅웅거리며 가득가득 울렷다. 너무 가득이라 차고 넘쳤다. 과유불급이 이 상황에서 딱 어울렸달까...

 

심지어 무통증이라고 해놓고선 내 고막을 아프게 만들어 놨다. 소중 한 내 고막이...

mp3를 딱 켰을때 소리 음량이 15 였는데. 보통 이어폰이라면 이정도 음량은 작아서 못듣는다. 

그런데 이놈은 존나게 우량해서 소리를 2 정도로 맞춰놔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전장의 감동을 굳이 폭탄과 총소리가 아니더라도 체험케 해주었다. 

 

난데 없이 스펙터클한 체험을 당하고 나니, 진심으로 중국놈들에게 갖다바친 세금이 아까워졌다. 딱히 내 돈이 아까운건 아니고. 

 

억울 하고 당장이라도 환불을 요구하며 강남 아줌마처럼 민폐좀 끼쳐보고 싶었으나, 영수증의 행방은 이미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쓸쓸히 내던져 있으니, 그마저도 용이하지 않았다. 그래서 포기했다.

 

하지만 못들을 정도는 아니였으니, 모든걸 받아들이고 편안한 긍정의 태도를 취하며 이어폰을 가지고 다녀야 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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