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넌 평소와 다름없이 딱 달라붙어 그르렁거리고 놀아달라고 보챘고
난 일에 지쳐 그런 널 밀어내며 귀찮아했었지
바로 지난주까지만해도 그랬었어
그릇에 사료를 붓자마자 달려와서 한 입, 옆 그릇에 부으면 이동해서 또 한 입, 그렇게 이동하며 먹다가
옆에 누나와 형이 와서 먹기 시작하면 기어코 파고들어 그 그릇을 차지해서 먹고
간식 나누어 주면 다들 어느정도 먹다 떠나도 기어코 남아 모든 그릇을 설거지했나 착각할 정도로 식탐이 많던 너
그런 네가 밥 먹는 모습을 못 본지 1주 째
그냥 내가 일찍 나가서 늦게 들어오니 밥먹는 모습을 못보는가 보다 했어
근데, 네가 내 옆에 오지도 않고 침대 협탁 옆, 침대 한구석, 화장실 앞 매트
세 군데에만 움직임 없이 웅크리고만 있단 걸 안 것도 1주 째
걱정되서 몰래 너한테만 간식을 줬더니, 세상 맛있다는 듯이 먹던 너
그래서, 조금 안심했었어.
근데 어제, 아무래도 너무 기운이 없는게 걱정되서 밤에 널 안아들고 침대에 들어갔더니
2분만 견디고 늘 도망가던 애가 1시간째 내 옆에 가만히 조용히 그릉거리고 있네.
병원에 가면서도 그냥 긴 털에 더위를 탔다거나, 요새 스트레스를 좀 받았다거나,
아님 형이랑 싸워서 삐져 있다거나, 정말 최악의 경우 가벼운 병이겠거니 했어.
근데, 증상을 듣고 엑스레이를 찍어 보신 의사 선생님이
위에 아무런 음식물이 없다고 할 때 충격과 미안함에 눈물이 고였어.
이 식충이가 밥 먹는 모습이 안 보일 때 그냥 바로 데려올걸. 왜 그냥 내버려뒀지. 왜.
근데, 근데
의사쌤이 혈액검사 결과를 보더니
너 아프대. 많이 아프대. 아주 많이.
아주 아주 아주 많이 아파서, 너 오래 살기 힘들 거래.
우리 사랑하는 막냉이, 복막염이래.
정말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단어가 의사선생님 입에서 나오는데,
현실 같지도 않고 믿고 싶지도 않아 멍하니 이동장에 숨어 있는 너를 쓰다듬으며 화면에 떠 있는 차트만 봤어.
의사선생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솔직히 귀에 잘 안들어왔어.
우리 막내, 내 옆에 아직 있는데. 아직 이렇게 따뜻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데.
널 곧 떠나보내야만 한대.
의사쌤이 약간의 오진 확률에 걸어보자고 지어주신 약을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집으로 돌아왔어.
오자마자 너만 데리고 방에 들어와 간식을 이만큼 꺼내줬어.
아픈데, 그래서 아무것도 못 먹고 있었는데, 깨닫지 못한 내가 너무 미웠어.
그렇게 좋아해서 몇 개나 먹어치우던 챠오츄르를, 딱 하나만 먹고 더는 거부하는 널 보며 엉엉 울었어.
제발, 신이시여, 이게 현실이 아니길.
제발, 신이시여, 이게 현실이 아니길.
우리 막내, 아프질 않길
오진이어서, 의사쌤이 지어준 약 먹고 금방 떨치고 일어나서 늘 그랬던 거 처럼 엄청 귀찮게 굴길
늘 지금처럼 이쁘고 사랑스럽고 또 귀찮은 막내 노릇 하길
기도해주세요....
크림아, 누나가 진짜진짜 너 사랑해.
제발 누나랑 오래오래 같이 있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