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40대 건장한 남성으로 왠만한 고통이나 통증에도
병원이나 한의원은 안 가는데요 ㅎㅎ
2주일전 미용실 오픈 이벤트로 두피 스케일링을 받았습니다.
원장님 : 어깨가 많이 뭉치셨네요 이거 마사지로 풀릴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본인 : ㅎㅎ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고등학생때부터
원장님 : 근데 이렇게 뭉쳐 있으면 머리에 혈액순환이 안 되서 머리가 빠질 수도 있어요..한의원이라도 가셔서 침으로라도 푸세요^^
내 모발모발과 이별을 할 수도 있단 말에 어떤 물리적 충격보다 큰 정신적 충격을 받았고 바로 한의원 알아보고 오늘 드디어 갔습니다.
진료보고 침 시술실이 따로 크게 있더군요
10명이 들어가서 마주보고 앉은 상태에서 침을 맞는 구조였습니다.
나 빼고는 다들 자주 맞으시던 분들이었던지 연세도 지긋하시고
맞는 위치를 아시는지 자연스럽게 물티슈로 발을 닦으시더군요 ㅎㅎ
'아 난 어깨니까 발 닦지 않아도 되겠구나'하고 침 시술 장면을 보는데
열명중에 저 빼고 다 머리에 침을 6개에서 9개정도 맞으시더라구요
9번째 순서인 저는 어렸을 때 본 헬레이저라는 영화 포스터가
떠오르면서 공포에 떨기 시작했습니다.
한분한분 가끔 침 맞으실 때 아이고 읍 헉 하시는데..
등뒤로 땀이 맺히기 시작했고 '그냥 나가버릴까?''잠깐 그럼 내 모발모발은?' 한동안 멘붕 상태에서 시간은 흘러흘러 차례가 왔습니다.
통증은 참을만한데 겁을 한사발 마셔놔서 긴장으로 근육이 긴장
피 날때마다 온 몸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찌어찌 잠깐 침 꽂고 있는 시간..
앞에 5분 중에 3분이 머리에 침을 꽂으시고 꾸벅꾸벅 조시는데
'앉은 상태라 뒤에 벽에 꽁하면 침이 박힐 것 같다. 침은 얇으니까 두개골에 부딪혀 휘겠지? 별 문제 없겠지?휘면서 두개골에 스크레치 나지 않을까?부딪혀서 휘어서 바깥으로 다시 튀어나오는 경우도 있으려나?'등등
쓸데없는 상상을 하며 시술이 끝났습니다.
이제 침을 뽑는 순간 처음 뽑으신 분이 해맑게 고생했어요 하면서
일어나시는데 눈가로 피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잠깐 저거 지금 내 눈에만 보이는건가? 왜 아무도 말을 안하지?
나 : 저기 얼굴에 피...얼굴에 피 흐르는데
한의사 : (자연스레 닦아주며)아이고 피 나시네 앞에 세면대가서 닦고 가세요~^^
아까 조시다가 부딪히신건가? 일반적인건가? 흠~
그리고나서 다음 분 침 뽑으시는데
한의사 : (머리에서 침을 뽑다가)어 침이 하나가 없네?
잠깐 머리에 꽂은 침이 사라진거라고 들은거 같은데..
이 때 잠깐 정신줄 놓은 것 같음.
한의사 : 뒤에 떨어져 있을거에요 잘 찾아보세요~
열명중에 3명이 침이 빠져 있었고 3분이 피를 주르륵 흘리는
모습을 보며 '아~스트레칭 신경써서 해야겠다.머리는 두피 마사지 잘 해주고 ㅎㅎ'
여기까지가 첫 한의원 혼자 방문한 경험담이었습니다.
공포스러웠지만 가슴부터 뚜뚜둑 하면서 십오년만에 느끼는 시원함이 있었습니다.효과는 대박인 듯.^^
제가 트라우마가 있는 헬레이저 포스터 보시면 제가 왜 공포스러웠는지 이해가 되실 것 같아서 포스터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