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적령기임에도 데이트할 남자조차 음슴으로 음슴체.
울 할부지는 22년생, 즉 올해 93세심.
그러니까 3.1운동 3년후에 태어나셔서 광복이 되던 해에는 이미 성인이셨다는 말.
(우와 이렇게 얘기하니 새삼 어마어마하게 느껴짐)
연세에 비해 엄청 정정하신 울 할부진 살아온 인생이 참 평범치 않은 분인데 가장 대표적인 건 경제활동을 거의 안 하시며 한량처럼 사셨다는 것.
개인적으로는 할부지가 건강히 장수하실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이거라 생각함.
스트레스 받으며 사신 분이 아님.
그치만 뭐 여자문제나 이런 건 전혀 없으셨음. 그냥 무작정 돌아다니는 걸 좋아라하시는 분.
덕분에 할머니께서 일 좀 많이 하시고 고생하시다 돌아가셨지만 그런이유로 할부지를 미워하거나 그러지는 않으니 오해없길 바람.(그치만 할머니를 좀 더 좋아하는 것은 사실)
여튼 귀여우신 울 할부지 에피소드 몇 가지만 풀어보겠음.
1. 얼마전 할부지 생신이라 케익을 사러 감. 직원이 초 몇 개 드리냐 물어봐서 수줍게
"저... 할아버지 생신인데 연세가...구십... 삼...세요."라고 답함.
이게 부끄러운 것도 아닌데 난 정말 수줍게 답함. 빵집 직원은 긴 초를 꺼내고 또 꺼내기를 반복했음. 긴 초를 이렇게 여러개 꺼내기도 처음이었을 거임. 그리고 케익 포장을 막 하더니 문득 생각났다는 듯
"아 그럼 폭죽은 안 드리는 게 좋겠죠?" 함.
마치 할부지가 내 뒤에 계시기라도 한 듯 소곤소곤 말함. 그 모습이 약간 귀여웠음 ㅋㅋ
아마도 울 할부지를 힘없고 갱장히 연약한(?) 분으로 상상했나 봄.
그래서 난 당당히 얘기함
"아뇨 주세요. 저희 할부지 그냥 청년이라 생각하시면 돼요."
울 할부지 실제로 청년만큼 기운이 넘치심.
2. 온 가족이 할부지 모시고 '베니건스'라는 패밀리레스토랑에 감.
우리도 흔히 먹는 셋트메뉴라는 걸 시켰는데 셋트메뉴엔 알다시피 탄산음료가 기본으로 같이 나옴.
주문을 받는 직원이 할부지를 보고 연세가 좀 있으시니 탄산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나 봄.
"할아버님 음료는 탄산 말고 녹차나 주스 이런거 드릴까요?"
"난 커피줘요!"
직원 당황함.
울 할부지 아메리카노 드시는 세련된 남자임. 립이랑 몬테크리스토도 엄청 맛나게 드심. 울할부지 감자튀김을 특히 좋아하심
3. 동생이 간만에 할부지댁 방문을 하면서 담배를 선물로 드리려고 할부지동네 구멍가게에 감. 근데 할부지께서 태우시는 담배가 뭐였나 생각이 나질 않음.
그래서 고민하고 있는데 가게 아주머니가 할부지 성함을 물어봄.
그래서 땡 땡자땡자 쓰신다고 하니 시크하게 할부지가 평소 피시는 담배 한보루 내려놓으심.
그분 이거 태우신다며. (이건 할부지 연세와 관련된 에피소드는 아니고 시골마을의 따뜻한 정이 느껴져서♥)
4. 얼마전에 엄마가 할부지께
"아버님 담배 끊으셔야죠 건강하게 오래 사시려면"
하심.
그러자 할부지 가소롭다는 듯 완전 썩소 지으심.
"나보다 담배 안태우던 친구들 다 나보다 먼저 죽었다."
엄마는 할말이 없으셨을 거임.
아... 뭐 대충 이정돈데 나도 어떻게 끝내야 할 지 모르겠음... 원래 더 재밌는 이야기 많은데ㅠㅠ 기억이 안 나네...
사랑하는 할부지 오래오래 사세요♥
그럼 마지막으로 오리고기 마이쪙 하고계신 울 할부지 귀요미짤 하나 올리고 마무리 짓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