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너와 함께 산 지 913일째 되는 날이야.
요새 편식으로
살이 좀 마르긴 했지만
오늘 오후에 쳇바퀴도 열심히 돌리고
뚱이 옆에서 낮잠을 잤지.
다가오는 시험때문에 나는 바빴어.
그래서 몇시간동안 널 보지 않았지.
뚱이가 밥을 먹는 소리에 집으로 시선이 갔고
집이 아닌 밥통 근처에서 자는 널 봤어.
늙어도 자는 모습은 귀엽구나 생각하고
고개를 돌렸는데 뭔가 이상하단걸 깨달었어.
너가 숨을 쉬지 않는 듯한 그런 느낌.
갑자기 심장소리가 빨라지고 너무 무서워졌어.
그래서 널 만질 용기가 안 났어.
뚱이를 네 곁에 밀어넣었고
뚱이는 네 몸의 냄새를 맡다가 도망갔지.
그때서야 네 죽음을 인정했어.
내가 가진 가장 작은 상자에
내 손으로 직접 널 담았어.
상자에 담겨있어도
네 털은 윤기나고 부드러웠어.
자는 듯이 죽은 너의 몸은 살짝 굳었고
온기는 느껴지지 않더구나.
그래도 난 한참 더 네 몸을 쓰다듬었지.
집 근처 야산에 널 묻었어.
사람이 잘 다니지 않을 만한 그런 곳에 말이야.
비가 내릴 때 쓸려내려가는 건 아닐까 싶어
내려가던 길을 다시 되돌아가 네가 묻힌 곳을 꾹꾹 밟았어.
네가 묻힌 곳 주변에 들꽃들을 뿌리고
해가 지고나서야 집에 돌아왔어.
방에 들어오자 마자
자고 있는 뚱이 엉덩이를 쿡쿡 찔렀어.
귀찮다는 듯 몸을 뒤척거리다 다시 자더구나.
뚱이는 네가 죽은 걸 아는 걸까.
이기적이지만
뚱이가 모르는 편이 좋겠어.
넌 내가 미울까?
3년도 살지 못하고 간 네 영혼은 어디로 갔니.
천국이 있다면 그곳에서 행복하게 살렴.
환생이 있다면 나같은 주인은 만나지 말고...
아니 쥐로 태어나지 않는 편이 좋겠다.
네가 주인으로 나는 쥐로 태어나는 것도 좋을 거 같아.
미니야, 너의 평생을 나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
나의 조그맣고 고운 아가,
더 많이 쓰다듬어주지 못해서 미안해.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해.
왜 곁에 있을 때
이 말을 하지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