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 한마디를 남기고 싶었다.
아스라이 무너져 가는 내 가슴 속 한마디를 전하고 싶었다.
언제까지 함께일 수는 없으나.
당신이 걷자고 하던, 그 돌담 및 낙엽 지는 그 길에서 걷겠다고.
추적추적 내리는 빗속에서 당신이 내게 이별을 고할 때도 말하고 싶었다.
당신이 걷자고 하면, 어디든 달려가서 함께 걸어 드리겠노라고.
아스라이 지는 당신의 그림자 뒤꽁무니에서 기다리겠노라고.
눈 안에서 하염없이 지는, 그리고 헝클어진 머릿결처럼 쓸어내리는
나의 고집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둘이 함께 걷자고 웃으며 당신에게 고하고 싶다.
어느 추운 겨울날, 길을 잃은 한 남자의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