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에서 링크 거신
http://mmnm.tistory.com/187 의 글을 감명깊게 읽다가 콘텐츠 얘기가 나와서 다른 측면에서도 좀 끄적거려 보고 싶어졌습니다.
한국인들이 문화/콘텐츠 쪽에서 자멸하는 중요한 이유들 중 하나는 근친복제 때문입니다.
가령 유투브 같이 플래쉬 기반의 자체 플레이어를 사용하는 사이트가 하나 뜨고 있다... 그럼 한군데서 포맷을 베끼기 시작합니다. 지켜보던 다른 업체들에서는, 어? 저런게 잘 나가네? 우리도 우리도... 절대 남들이 아직 시도 못했던 포맷이나 내용을 시도하려 하지 않습니다. 또 한군데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은 어딜 가도 다른 플래쉬 기반 플레이어에 담겨있습니다.
마치 한군데 순대집이 잘 되면 근처에 너도나도 몰려들어 순대집들로 도배해서 다같이 망하는 경우죠.동네 사람들이 순대를 먹는 데에도 한계가 있지...
뭐, 인터넷 회선 같은 인프라의 경우는 경쟁자가 많으면 사용자는 좋긴 합니다. 하지만 어느정도 대세를 잡은 놈들은 역시 그간의 사은품 출혈경쟁으로 무리한 것을 만회하려고 결국 패킷 종량제 같은 얘기를 들이밀기 마련이죠.
'나도 나도'는 공연기획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군데서 이번에 메가데스 내한공연을 섭외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기획사... 일본 같으면 아 우리는 그럼 좀 다른 방향으로 메리트 있는 RATM이나 추진해 봐야지.. 라고 생각하겠죠. 우리나라는 당장 거기에 '입찰'합니다. 저기서 얼마 준대? 내가 더 줄게.. 이런 식으로 달라 붙어서 예컨대 애초에 20만 달러 선에서 얘기되던 걸 70만 달러까지 올려서 데리고 옵니다. 돈을 그렇게 많이 주기로 했으니 관객이 엄청나게 많아야 하는데 이게 수지가 맞나.. 이러다 공연이 직전에 취소되고 환불사태 생긴 일이 한두번이 아니죠.
이런 '난데없는 입찰'은 영화수입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 돈을 최대한 덜 주기 위해 서로 경쟁하기를 자제하는 일본업체들과는 차이가 있죠.
서태지가 정말 '난놈'이지만 일부에서는 그가 가요 시장을 말아먹었다고 하는 이유도 그렇습니다.<난 알아요>가 대히트를 하자 '와~ 댄스가 돈이 되는구나'라고 생각한 제작자들 너도나도 '댄스뮤직'에 몰려들었습니다. 이 현상은 오랜 기간 지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는데 결국 청취자들은 점점 식상함을 느끼게 되고 그나마 서로 서로 베낀 음악들은 질도 낮아지기 시작하고 결국 '가요는 돈주고 판 살 게 못된다'는 인식이 강해져 버렸죠... 물론 가요시장 몰락엔 이런 이유만 있는 건 아니고 정말로 서태지 잘못도 아니지만...
한군데서 뜬다, 잘나간다, 이러면 앞뒤 생각 없이 자기도 덤벼들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좀 다른 형식의 다른 취향의 콘텐츠나 서비스를 생각할 모험심이 없는 이유는 소비자의 취향이 다양하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대세'가 아닌 취향은 소비자가 극히 적어 돈벌이를 시켜 주지 못하는 게 사실이죠. <달콤 살벌한 연인>의 주인공이 열변을 토했듯이... "왜냐? 신문 사설 안 읽고, 다들 인터넷 포탈 사이트 연예 기사나 보고 있으니까~" 농담이고.. 하여튼 다들 술 마실 시간은 있어도 다양한 취향을 개발할 여가는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한국에서 돈 벌려면, 근미래의 '대세'를 정확히 예측해서, '첫빠따'를 끊은 후에, 돈 긁어 모으고, 남들이 자기들도 하겠다고 개떼같이 몰려들어서 경쟁이 치열해 질 때 쯤 발을 뺴는 게 정답입니다. 뭔가 오래 가고 지속 가능한 게 어느 정도는 있는 분위기도 좋을텐데 말이죠...
영화계는 한동안 조직폭력배 영화 열풍이 불더니 다행히 자성했는지 다시 소재를 다양화 하면서 성황이 되나 싶더니 요새 또 부진한 것 같네요...
걱정입니다.
쓰고 싶은 말이 더 있었고 내용 정리도 더 하고 싶은데 바빠서 이만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