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20년동안 날 지켜준 내동생
게시물ID : animal_18316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덕질하고싶덕
추천 : 15
조회수 : 814회
댓글수 : 24개
등록시간 : 2017/06/19 04:41:55


20년전 네가 나에게 처음 왔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하다.

너를 품에 안고 너무 기쁘고 행복했던 나는 동네 친구들에게
너를 보여주며 자랑했고, 집에 항상 혼자 있던 나는 동생이 생긴것 같은 기쁨에 매일 너를 품에 안고 내방에서 지냈다.

너는 너무 똑똑하고 야무진아이였다. 대소변도 따로 알려주지 않아도 꼭 화장실에서만 했고, 어디 외출할때는 차안에서는 내릴때까지 참았고, 적이 아닌 이상 짖지 않았다. 

모든게 너무 야무지고 똑똑했다. 그래서였을까? 
엄마는 너를 새끼를 낳게 해야겠다며 교배를 예약했다.
 
너를 처음 교배 시키러 갔던날 나는 많이 울었다.

내동생이 울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그렇게 강제로 시킨다는걸 몰랐었기에.. 너무 충격이었고

너무 미안해 한참을 너를 끌어안고 울었었다.

그로부터 몇달후 너를 닮은 귀여운 아기천사 4마리가 우리집에서 꼬물꼬물 기어다녔다. 

너는 모성애가 강한아이라 아가들을 하루종일 케어하느라
살이 쭉쭉 빠지고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갔다.

 그런 너의 모습이 안쓰러워 사골국도 먹이고 고기도 매일 구워주고 과일도 챙겨 먹이고 그러했다.

너의 아이들은 2개월에 벌써 4-5개월 아이들의 풍체를 풍기며
너무 건강하게 예쁘게 자랐다.

어느날 하교후 집에 와보니 아이들이 없다..
막내만 남아 있고 나머지 아이들 3마리가 없어졌다.

엄마가 친인척들에게 주었다 하였다.

너의 눈은 세상을 잃은듯 초점을 잃은듯 멍해 있었고
막내는 네곁을 맴돌았다.

'예쁘게 잘 키워주셨으면....' 이라고 생각하며
애써 아쉬움과 화를 억눌렀다.

몇달뒤 입양간 아이들의 사망 소식을 차례로 접하니
분노가 치솟았다.

내동생이 낳은 아이들인데, 내동생이 헌신하며 세상 제일 귀하게 애정을 품고 키운 아이들인데. 그아이들이 죽었다니.

엄마에게 소리지르며 화를 냈다.

너는 나를 보며 짖었다.

마음이 찢어졌다..

그래도 항상 막내와 너를 보며 행복했다.

내가 누워있을때 항상 내 옆구리에 누워있던 막내와
내 머리맡에 같이 누워있던 너.

내가 컴퓨터 책상에 앉아 있으면 항상 의자 밑에 앉아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너희.

내가 힘들때 슬플때 죽고싶을때
항상 옆에서 조용히 내곁을 지켜주던 너희가 난 참 고마웠다.

항상 이렇게 계속 행복할거라 생각했다.

너희는 내곁을 떠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처음 시작은 막내였다..

14살 여름 풍이 었다.

좌측 근육이 전부 움직이지 못했다.

누워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너에게 같이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고 
마당에 안고 나가서 바람도 쐬고
가지말라고 괜찮아 질거라고 그렇게 계속 말했다.

하지만 너는 15살이 되었던 여름 끝자락에 우리곁을 떠났다.

너를 잃고 나는 몇날며칠을 하염없이 울었다.

장마가 끝나고 맑고 화창한날 떠난 니가 다행스럽기도하고 야속하기도했다. 

화장을 하고 집에 오고 유골함을 떠나 보내지 못해서
내방에 계속 두고 있는건 나의 이기심이다.

하지만 아직도 니가 내 옆에서 조용히 그 귀여운 얼굴로
누낭~?? 하고 있던 모습이 생생해서 아직도 놓지 못하고 있엇다.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이번에는 네가 쓰러졌다.

19살이었다..

처음에는 뒷다리 두다리에 근육이 빠지더니
걷지 못하게 되었다.

강제로 앉혀놓았다 누워있게 했다 니가 원하는게 어떤건지
알아내려고 참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래도 너는 여전히 원하는걸 표현하는데 뛰어났고
우리는 너의 요구에 응했다.

그러다 점점 앞다리의 근육도 빠져 앉아있기도 못하게되어
품에 안고 식사 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그래도 좋았다.

니가 살아있다는거 숨쉬고 있다는것 만으로도 
좋았다.

그냥 그렇게라도 계속에 있어주기를 바랬다.

점점 음식을 삼키는게 어려워진 너는
물, 사골국물 밖에 못먹게 되었다.

그렇게 1년을 투병하던 너는 

오늘 우리 곁을 떠나 

아들 곁으로 갔다.

못해준거, 표현하지 못했던거, 니가 내 삶에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너에게 더 말해주지 못했던게 마음이 아프다.

내 품에서 평소보다 거친숨을 몰아쉬다 정말 너무 조용하게 
너는 떠났다.

무엇이 그렇게 급했을까..

그냥 그렇게 누워있다는것 만으로도 
다른 어떤것도 해주지 않아도 충분했는데

나는 너는 떠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엄마가
"이제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어. 미돌이 이번주를 못버틸거 같아"
라고 말할때마다 
"말이 씨가되는거 몰라?!!!! 왜 그런말을 해! 우리 미돌이 이겨낼수 있어!!!!" 라고 화를 냈는데

네가 진짜 내곁을 떠나니 
모든게 거짓같다

너는 아직도 거실에서 누워서 나를 쳐다보고 있을거 같은데

너의 자리에 네가 보이지 않는다.

내방에 있는 막내의 유골함 옆에
너의 유골함이 늘어 있다는게
네가 더이상 내 곁에 없다는걸 떠오르게 만든다.

20년동안 항상 내곁에 있던 네가 이제 없다.

앞으로 네가 없는 빈자리를 나는 어찌해야할까...

20년동안 내가 힘들고 외롭고 절망에 빠졌을때 항상 곁에 있어줬던 내동생 미돌이

항상 사랑했고.. 많이 보고 싶을거야.. 언니가 갈때까지
하늘나라 강아지별에서 너의 아이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렴.

보고싶다... 

네가 없다는 현실에 적응하려면 얼마나 걸릴까..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