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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게시물ID : bestofbest_183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난나야★
추천 : 182
조회수 : 5894회
댓글수 : 22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07/09/07 14:52:25
원본글 작성시간 :
      ☆★할 머 니★☆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셨다.. 

중풍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고 가는 그런 병이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코를 확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냄새.. 

얼굴 높이에 안개처럼 층을 이룬 

후텁지근한 냄새가 머리가 어지럽게 했다.. 

일년에 한두번 밖에 청소를 안하는 할머니 방은 

똥오줌 냄새가 범벅이 되어 > 

차마 방문을 열어보기도 겁이 났다.. 

목욕도 시켜드리지 않아서 

할머니 머리에선 항상 이가 들끓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1년 동안은 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2년 째부터는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3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게 되었다.. 

금붕어를 기르다가 귀찮아져서 

썩은 물도 안 갈아주고 죽기만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 무관심은 살인이 될 수도 있었다.. 

온몸에 허연 곰팡이가 피고 

지느러미가 문드러져서 죽어가는 한 마리 금붕어 처럼.. 

할머니는 그렇게 곪아갔다.. 

손을 대기도 불쾌할 정도로.. 

그래서 더욱 방치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들이 와도 

할머니방엔 안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손주인 

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때.. 

나는 할머니랑 단 둘이 오두막에서 살았었다.. 

조그만 전기담요 한 장에 

할머니와 난 나란히 누워 별을 세며 잠이 들었었다.. 

아침은 오두막 옆에 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주워서 

삶아먹는 걸로 대신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굵은 밤을 

먹이려고 새벽부터 지팡이를 짚고 밤을 주우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성이 퇴화 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 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 오독 씹어드셨다.. 

섬짓하기 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그 많은 통닭을 혼자서 다 드시다니.. 

가끔 할머니에겐 돈이 생길 때가 있었다.. 

고모들이 할머니 방문 앞에 얼마씩 놓고 간 돈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아내가 남자의 골방 머리맡에 잔돈을 놓고 가듯 말이다.. 

그러면 나는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다... 

할머니는 그 돈을 조금씩 조금씩 나에게 주셨다.. 

한꺼번에 다 주면 다음에 

달라고 할 때 줄게 없을까봐 그러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이 필요할 때면 

엄마보다 할머니에게 먼저 갔다.. 

엄마가 ''''''''먹이''''''''를 넣으러 왔다 갔다 할 때 

말고는 그방을 출입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날이던가.. 

결국 할머니의 돈이 다 떨어졌다.. 

나는 돈을 얻기 위해 할머니를 고문했다.. 

손톱으로 할머니를 꼬집었다..빨리 돈을 달라고... 

그렇지만 얻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정말로 돈이 없었으니까... 

그때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꼬집혀서 아팠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뭔가를 줄 수가 없어서 였을 것이다.. 

가끔 할머니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시려고 노력하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하시는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시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이름도 제대로 

못부르는 할머니를 피하기만 했다.. 

할머니에게서 더이상 

얻을 돈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간혹 한밤중에도 '허.. 흐흐.. 하..'하는 할머니의 신음같은 

목소리가 내방까지 들려오면.. 

나는 흡사 귀신소리라도 듣는 듯 

소름이 돋아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그제서야 고모들도 할머니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에야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걸레같은 옷을 벗겨내었을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다리 한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작 거리셨는지 손 때가 새카맣게 타있었다.. 

이 감추어둔 통닭다리 한 짝을 

나에게 먹이려고 그토록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시던 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 손주 생각을 하셨는지.... 



TO 

할머니.. 

나 통닭먹을 때 마다 할머니 생각한다.. 

특히 다리 먹을 때마다 항상 그때 할머니가 준 

거라고 생각하고 먹어.. 

그러니까 이제 그런거 안감춰도 돼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또 주머니에 밤이며 떡이며 잔뜩 숨겨놓고 있을 거지? 

그러지 말고 할머니가 다 먹어.. 

할머니 드시는 거 좋아하시잖아... 

난 여기서 잔뜩 먹을께... 

거기선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이제 영원히 못 만나겠지..? 

그동안 할머니한테 못해드린거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만약 그때 만나면... 

착한 손주 될께... 

휴..이제 정말 안녕할 시간이다.. 

그런데 할머니..나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와... 

자꾸..자꾸..자꾸..자꾸..자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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