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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제 홍두깨로 칼국수 면도 잘 뽑는다!
게시물ID : cook_1832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곶통
추천 : 11
조회수 : 879회
댓글수 : 32개
등록시간 : 2016/06/29 14:11:41
라는 제 말을 들은 친구가


"칼국수 면? 그거 마트에서 팔잖아."

"맞어 천원밖에 안하는데 그거 사지ㅋㅋㅋ뭣하러 힘들게 해먹냐"


그러길래

집더하기에서 2600원 정도면 밀가루 2.5키로 살 수 있는데

그거면 칼국수 한 20인분 만들고 남는 밀가루로 오징어도 튀겨먹고 닭도 튀겨먹고 수제비도 해먹고

그래도 좀 남아서 소주에 풀어서 가스레인지도 청소하고 풀 쒀서 배추 겉절이도 담가먹고... 그럴 수 있단 말이야

라는 말들이 서로 지가 먼저 나오겠다고 아웅대서 목구멍 주위에서 딱 막히더라구요


병목현상이 일어난 김에 좀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더군요

깔끔하게 포장된 거 하나 사서 딱 1인분 끓여서 먹으면 쉽고 간편하죠


전 반죽한다고 샤샤샤...가 아니라,

밀가루 반죽이 너무 묽거나 질면 칼국수가 맛이 없어서

바람직한 반죽을 만들려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깔끔한 육수 우려낸다고 멸치를 뺏다 넣었다 어쨌다가 이래저래 머리도 아팠는데

금전적인 여유가 좀 있고 하면 괜히 밀가루 치댄다고 낑낑댈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그럴 이유가 없겠더라구요.



여기에서 괜히 "너희가 초 저가형 생존방식에 대해서 쥐뿔이나 아니? 흥!" 이라고 츤츤대는 건

오히려 제가 생각이 짧다는 걸 드러내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제가 저 말을 꺼낸 이유부터가

적은 생활비로 알토란같이 살아남는 걸 남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마음이었어요

아하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나쁘거나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제가 칼국수를 뽑으려고

이렇게도 반죽해보고 반죽에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홍두깨가 없을 땐 소주병에 비닐 씌워서 밀어보고, 면 두께를 굵게도 해보고 얇게도 해보고

그렇게 해서 결국 한 냄비의 바지락 칼국수를 완성한 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손으로 맛난 걸 요리해서 먹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거든요

그 순수를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어... 사실은 "내 친구들이 내 멋짐을 못 알아봐 줘요"라는 얘길 쓰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어째 마무리가 독특하게 지어지는 느낌적인 기분...



칼국수 배고플 때 만들어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사진은 없습니다.

다음에 좀 배가 덜 고플때 과정샷이랑 찍어서 올려봐야겠어요. 우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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