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는 제 말을 들은 친구가
"칼국수 면? 그거 마트에서 팔잖아."
"맞어 천원밖에 안하는데 그거 사지ㅋㅋㅋ뭣하러 힘들게 해먹냐"
그러길래
집더하기에서 2600원 정도면 밀가루 2.5키로 살 수 있는데
그거면 칼국수 한 20인분 만들고 남는 밀가루로 오징어도 튀겨먹고 닭도 튀겨먹고 수제비도 해먹고
그래도 좀 남아서 소주에 풀어서 가스레인지도 청소하고 풀 쒀서 배추 겉절이도 담가먹고... 그럴 수 있단 말이야
라는 말들이 서로 지가 먼저 나오겠다고 아웅대서 목구멍 주위에서 딱 막히더라구요
병목현상이 일어난 김에 좀 생각해 보니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더군요
깔끔하게 포장된 거 하나 사서 딱 1인분 끓여서 먹으면 쉽고 간편하죠
전 반죽한다고 샤샤샤...가 아니라,
밀가루 반죽이 너무 묽거나 질면 칼국수가 맛이 없어서
바람직한 반죽을 만들려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고
깔끔한 육수 우려낸다고 멸치를 뺏다 넣었다 어쨌다가 이래저래 머리도 아팠는데
금전적인 여유가 좀 있고 하면 괜히 밀가루 치댄다고 낑낑댈 필요가 없겠더라구요
그럴 이유가 없겠더라구요.
여기에서 괜히 "너희가 초 저가형 생존방식에 대해서 쥐뿔이나 아니? 흥!" 이라고 츤츤대는 건
오히려 제가 생각이 짧다는 걸 드러내는 일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가만 생각해 보니까
제가 저 말을 꺼낸 이유부터가
적은 생활비로 알토란같이 살아남는 걸 남에게 칭찬받고 싶어하는 마음이었어요
아하하, 칭찬받고 싶은 마음이 나쁘거나 좋다는 얘기가 아니라
제가 칼국수를 뽑으려고
이렇게도 반죽해보고 반죽에 이것도 넣어보고 저것도 넣어보고
홍두깨가 없을 땐 소주병에 비닐 씌워서 밀어보고, 면 두께를 굵게도 해보고 얇게도 해보고
그렇게 해서 결국 한 냄비의 바지락 칼국수를 완성한 건
누군가에게 칭찬을 받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내 손으로 맛난 걸 요리해서 먹어야겠다는 순수한 마음이었거든요
그 순수를 지키기로 결심했습니다
어... 사실은 "내 친구들이 내 멋짐을 못 알아봐 줘요"라는 얘길 쓰려고 글을 시작했는데
어째 마무리가 독특하게 지어지는 느낌적인 기분...
칼국수 배고플 때 만들어서 너무 맛있게 먹어서 사진은 없습니다.
다음에 좀 배가 덜 고플때 과정샷이랑 찍어서 올려봐야겠어요. 우후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