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이야, 너랑 아빠가 같이 산지도 어느덧 6년이 훌쩍 넘었구나.
네가 어릴적에는 손보다도 작았다던 엄마의 말을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너는 무척 커다란 야옹이가 되었지만...
한창 우다다 하던 나이를 지나, 어느덧 얌전하고 애교많은
그런 예쁜 고양이로 커나가는 과정을 잘 지켜 봐왔단다.
(수컷인데 예쁘다고 하는게 이상할진 모르겠지만, 아빤 니가 예쁘다.)
엄마와 헤어지고 나서, 아빠가 우울증에 시달릴 즈음.
너는 귀찮으리만큼 내 곁에 붙어서 지내어 주었지.
일하고 올때 너는 항상 문 앞으로 마중을 나왔고,
내가 컴퓨터 앞에 있건, 소파에 앉아있건 내 옆에는 네가 항상 있다는 사실에
아빠는 더 이상 슬프지도 외롭지도 않았단다.
8평짜리 작은 원룸, 방한이라곤 하나도 되어있지 않았던 그곳에서
두 해 겨울을 보일러 비를 아낀다며 전기장판만 틀어둔채로 살았었지.
그해 겨울은 몹시 추웠지만 네 온기는 너무나 따뜻했단다.
아빠는 어느덧 아빠가 원하던 일을 하게 되었고,
너와 네가 살만한 적당한 크기의 둘이 살 집을 사게 되었고,
너를 위한 장난감과 스크래쳐와 좋은 사료를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바쁘게 살면서 너와 자주 놀아주지 못하는 것이 항상 마음에 걸리는구나.
서당개 3년은 풍월을 읊는데,
우리집 고양이는 풍월을 읊진 못하는구나.
하지만 부르면 오고, 같이 자자고 하면 다리 사이로 파고들고,
내려오라면 내려오고, 하지 말라면 하지 않고, 사람 음식을 탐내지 않고.
풍월은 읊지 못해도, 너는 충분히 몇 마리 고양이 몫 이상을
잘 하고 있어서 항상 기특하단다.
네가 허피스로 눈물이 쭐쭐쭐 날때, 아빠는 항상 걱정이 된단다.
그건 좋은 비타민제로도, 약으로도 완치는 안되겠지만.
어떻게 하면 네가 덜 아플까, 어떻게 하면 덜 스트레스를 받을까 항상 고민을 한단다.
요새는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건지 아프지도 않고 잘 먹고 잘 싸니,
아빠로써는 기특하기만 하단다.
어릴적에는 배를 만지면 그리도 싫어하더니
요새는 배를 만져도 골골대는게 묘하구나.
그건 그렇다 쳐도.
빗질할때는 조금 얌전히 있어주지 않겠니...?
아빠가 근처에 사는 학교선배에게 챠오츄르를 얻어왔을때,
네가 먹지 않아서 슬펐어...
너란 야옹이... 사료만 좋아하는 야옹이...
캔과 캣닢도 안좋아하는 야옹이...
(시무룩)
사진 찍을때 얌전히 있는 그런 고양이라서 아빠는 기쁘지만,
네가 너무 커서 화각 안에 다 담기 어려운게 슬퍼...
요샌 더워서 그런지 바닥의 대리석 타일에
항상 이렇게 배를 깔고 쭉쭉 뻗어 있더구나.
넌 뻗어있을때가 제일 귀여워. 암.
그럼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