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저희 형수가 전역선물로 사준 초창기 컬러액정폰을 술먹고 택시에서 그만 잃어버렸댔죠.
집에 도착해서 정신 추스리고 전화했드만 꺼져있더라구요. 허버 아깝고 억울했지만 방도가 없더군요.
참, 세상 까칠하구나 느꼈지요. 형이랑 형수한텐 미안해서 사실대로 이야기 못하고 당시 학생이던 저는
알바를 해서 똑같은걸로 구입을 했더랬죠.ㅠㅠ-일단 할부로 사고 알바비로 충당-피눈물 났심다.
그리고 얼마후, 방학때 알바로 택시운전을 경험삼아 해보게 되었죠.
일을 시작하면서 그때 '혹시 휴대폰을 주우면 저러지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제 나름으로 생각했었죠.
드라이버 생활 2주쯤 되었을 무렵... 아파트단지에서 모 대학으로 가는 여학생손님을 내려다 주고는
담 손님이 타셨고 한참을 목적지를 향해 달리던 중, 뒷자리에서 손님이 휴대폰이 있다며 건네주더군요.
바로 주인이 누구인지 짐작이 갔죠. 이른 아침이었는데 배터리도 한 칸 밖엔 없네요.
바로 전화오길 기다렸는데 아직 사실을 모르는지 오전이 다가도록 연락이 없어요.
점심먹고 편의점에 가서 충전을 했습니다. 착한일 할 생각에 나름 뿌듯했지요.
오후에 차를 회사에 반납하고 집에 와서 저녁때가 다 되니 그 여학생에게서 전화가 오네요.
저도 당시 상황을 기억하고 있는지라 그 여학생 얼굴생김까지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내일 오늘 택시타신곳에서 같은시간 즈음에 다시 뵙자고 얘길했죠. 담날 새벽에 교대를 하고
아침이 다가오자 기분이 이상해지더군요. 제가 휴대폰 잃어버린 기분을 알기때문일까요?
그분이 고마워할 걸 생각하니깐 괜히 떨리고 그러더라구요. (오바라구요? 맞심다 오바^^)
시간이 다가왔고 그쪽으로 가야하기에 "공장행"표지판을 앞유리에 달고 장소에 도착했지요.
그 여학생을 만났고 뒷자리에 타더군요. 어제처럼 학교까지 가달라면서...
학교에 도착할때까지 별 이야기도 나누지 않고 갔습니다. 가면서 좀 이상했지요.
고맙다는 말 정도는 나왔어야 하는데.. 하면서요. 아니,
"어머~! 고맙습니다. 못찾는줄 알고 걱정 많이 했는데 정말 고마워요. 어떻게 감사하다 해야할지..."
머, 대충 이정도의 리액션을 솔직히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랬다면 저도 그 순간 정말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아직 남아있겠죠. 근데 현실은 글치 못하더군요. 별말없이 목적지까지 다 오게 되었고
내릴때쯤 이 여학생 "고맙습니다." 그러면서 택시비랑 만원을 얹어서 주려고 하더군요.
택시에 타서 전화기 건넬때에도 고맙단 인사를 받지 못했던 것 같아요. (제가 지금도 그때의 서운한 감정이 남아서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긴 합니다만..)
순간 조금 짜증이 났습니다. 하지만 내색하기도 좀 그래서 그냥 "됐어요. 택시비만 주세요." 그랬습니다.
저 나름으로 좋은일 하는 거라 생각하고 괜시리 그사람이 고마워 할 것까지 상상하면서 오바해서
즐거워하고 흥분했던게 얼음을 뿌린듯이 냉냉해고 풀이 확 죽는게...
그간 제가 가지고 있던 즐거움까지 돈 만원에 팔아치우는 듯한 서운한 기분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끝내 그 돈은 받지 않았지요.
그 여학생은 쭈뼛거리면서 "그럼!" 그러면서 사라지더군요. 너털웃음을 혼잣말처럼 흘리면서
스스로 대견해 하는 것으로 나름대로 심리적인 보상을 받으려 애썼지요.
남에게 도움을 주게된 좋은 경험인데 아직까지는 아쉬움이 반을 차지하는 안타까운 기억이기도 합니다.
도와준 사람에 대한 고마움도 충분히 표시하는 그런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추신 : 참,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물질적인 보상도 있었는데요. 다름이 아니라 다니던 대학교 언론사에서 원고공모할때 그 내용을 큰 줄거리 삼아서 두 가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택시알바 경험을 수필처럼 써서 응모했었는데 채택이 되어서 원고료로 15만원 정도 받았습니다. ^^ 약간은 아쉬웠던 추억을 조금더 행복하게(^^) 만들어준 사건이었죠.ㅋㅋ